모험 자본 활성화에 역량 집중
2조원대 벤처펀드 조성하기로
상반기 37개사에 1000억 투자
[ 정소람 기자 ]
KB금융그룹은 기업의 혁신 성장을 돕기 위해 ‘혁신 금융’을 그룹의 과제로 삼고 적극 추진하고 있다. 성장성 있는 기업에 기술 금융을 공급하는 한편 2조원대 펀드를 조성해 향후 5년간 직접 투자키로 했다. 단순히 자금만 지원하는 것이 아닌 기업이 성장단계별로 커갈 수 있도록 맞춤형 컨설팅도 함께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혁신 금융 위한 컨트롤타워 조성
KB금융은 창업·벤처·중소기업의 혁신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4월 ‘KB 혁신 금융 협의회’를 출범했다. 그룹 계열사 임원 12명이 참여하는 이 협의회는 그룹의 혁신금융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윤종규 회장이 의장을 맡았고 허인 국민은행장을 비롯해 KB증권 KB인베스트먼트 등 계열사 사장 및 임원들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미래성장성과 모험자본 중심의 혁신금융’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윤 회장은 협의회 출범 당시 “기술금융과 관련해 성장 단계별 맞춤형 기술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미래성장 가능성이 높은 혁신기술 보유 기업 지원도 강화할 계획”이라며 “금융을 통해 혁신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리딩금융그룹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의회를 중심으로 계열사들이 혁신금융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분담한다. 우선 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국민은행은 ‘기술 금융’을 통해 기업을 지원한다. 지난해에만 총 10조5000억원 규모의 기술 금융(대출)을 지원했다. 향후 5년간 약 60조원 규모의 지원이 더 이뤄질 예정이다. 대출뿐 아니라 기업의 성장 단계별로 맞춤형 자문도 해줄 계획이다. 기술력이 우수한 스타트업이나 벤처에는 지식재산권(IP), 연구개발(R&D), 인증 등에 필요한 컨설팅을 제공한다. 또 기술에 걸맞은 여신 심사를 위해 팀·유닛별 ‘혁신산업 전담심사역’을 운영키로 했다.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는 중소기업을 위한 조직인 ‘공급망금융 애자일 조직’도 새로 출범했다. 올해 초에는 ‘기업금융솔루션 유닛(unit)’으로 조직을 확대했다. 플랫폼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 상품을 새로 발굴해 혁신 금융을 실천한다는 계획이다. 또 위메프, 무신사 등 대형 플랫폼과 업무 협약도 맺었다. KB금융 측은 “온라인 플랫폼뿐 아니라 입점하는 중소기업과 판매업자가 모두 상생할 수 있는 금융 인프라 구축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계열사인 KB증권은 신성장 유망 기업을 발굴하고 기업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았다. 기업의 생애주기인 ‘창업-성장-성숙-안정’의 전 단계에서 필요한 종합적인 컨설팅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투자 업무 기반을 구축했다. 특히 기업금융(IB)부문 내 성장투자본부를 중심으로 중소기업과 신성장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성장투자본부를 통해 현재까지 결성된 사모펀드(PEF) 및 투자조합의 규모는 총 6334억원에 이른다. 특히 지난해 한 해 동안만 총 6개 펀드를 4300억원 규모로 결성했다. 올 상반기에는 신재생에너지 펀드를 650억원 규모로 결성했다. 하반기에는 해외투자 프로젝트 펀드, 기업구조혁신 펀드 등을 새로 구성해 투자 영역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벤처캐피털 계열사인 KB인베스트먼트도 모험 자본 활성화를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이 회사는 금융 지주 계열의 유일한 벤처캐피털이다. 올해부터 향후 5년간 매년 4000억원씩 총 2조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해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상반기 현재 총 37개사에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 올해는 지난해 투자금액(900억원)의 약 2~3배에 달하는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핀테크 육성해 직접 키운다
지주는 핀테크랩인 ‘KB이노베이션 허브’를 통해 유망 핀테크 업체를 직접 육성한다. 2015년 3월 출범한 핀테크랩은 기술력 있는 스타트업을 ‘KB스타터스’로 선발해 제휴 및 투자 지원을 해 오고 있다. 서울 강남 신논현역 인근에 스타트업 전용 공간도 운영한다. KB계열사와 KB스타트스가 핀테크 서비스 공동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공간이다.
지금까지 KB스타터스에 선정된 회사는 63개 업체다. 이들은 KB금융 계열사로부터 총 204억원의 투자를 받고 101건의 제휴를 맺었다. 궁극적으로는 ‘10-10 클럽’ 배출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KB금융 계열사로부터 10억원 이상의 투자를 받고 10건 이상의 제휴를 달성한 스타트업을 일컫는 말이다. 지난 5월 보안 전문 스타트업인 ‘플라이하이’가 첫 10-10클럽에 가입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올해 출범한 혁신금융협의회를 중심으로 각 계열사가 혁신 기업 지원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며 “기술력 있는 기업 지원을 통해 금융사와 스타트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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