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이 강화된 데 이어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예고하면서 아파트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지난달 6일 HUG는 고분양가 산정 대상이 되는 주변 아파트를 분양 및 준공 시점별로 구체화하고 분양가 상한 기준도 기존 110%에서 100~105%로 조정했다. 또한 평균 분양가를 산정하는 방식도 기존 ‘산술평균+가중평균방식’에서 ‘가중평균방식’으로 변경했다.
분양보증제도는 분양사업자가 파산 등의 사유로 분양 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되는 경우 보증기관이 주택 분양의 이행 또는 납부한 계약금과 중도금의 환급을 책임지는 제도다. 현재 20가구 이상 주택을 선분양할 때는 HUG의 분양보증을 받아야 하며, 보증이 안 될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분양 승인과 금융권의 중도금 대출에 차질을 빚는다. 결론적으로 분양보증제도는 사업자나 건설회사의 부실을 막고 아파트를 적정한 가격에 분양해서 미분양으로 인한 사업 중단 등을 막아, 선분양에 따른 사업 리스크를 줄이고 청약 당첨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 강화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보증제도의 특성에 따른 정당한 리스크 관리 차원이었는지에 대한 의문 때문일 것이다. 고분양가 관리지역은 서울, 과천, 세종 등 인기 있는 곳이다. 서울은 재개발·재건축으로 인한 대규모 사업장이 많은 만큼 우량 건설회사들이 사업을 주도하고 있고, 이 지역들은 상대적으로 미분양 우려가 낮은 곳이다. 2019년 상반기 서울 1순위 청약경쟁률은 16.67 대 1로, 전국 평균 12.89 대 1을 넘어섰고, 세종시는 38.14 대 1을 기록했다. 보증심사 강화의 명분이 약하다는 분석이다.
심사기준 강화의 다른 이유는 분양 가격 상승이 주변 아파트값을 견인하는 데 따른 우려다. 실제 주변 아파트보다 10~20% 이상 분양 가격이 높으면 주변 단지도 동반 상승하는 사례가 있다. 하지만 높은 분양가에도 청약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공공이 분양 가격을 과도하게 제한할 경우 아파트값 안정 대신 ‘로또 분양’이라는 이름으로 청약 과열 현상을 일으키고, 분양 당첨자에게 개발 이익이 돌아간다.
아파트 가격 상승은 심각한 사회 문제다. 하지만 아파트 가격 상승은 경제 여건, 인구 구조, 지역 격차, 풍부한 유동자금, 낮은 금리, 아파트 수급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돼 있는 결과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아파트값을 안정시키겠다는 목표가 합리적인지도 생각해볼 일이다.
정부 규제에 반발한 사업주들은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후분양제로 선회하고 있고, 정부는 민간택지의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부와 사업자들의 힘겨루기가 이어지면서 주요 지역의 청약 일정이 줄줄이 연기되고 있고, 그 피해는 청약을 기다려온 청약 대기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사업 지연으로 인한 사업비 증가는 사업주와 수분양자 부담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고, 주택 공급 축소로 이어져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주택시장에 핀셋 정책이 필요한지, 장기적인 비전이 필요한지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김혜현 알투코리아 투자자문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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