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문화교류와 日여행 불매운동

입력 2019-07-21 15:08  

여행의 향기

여향 시론

이훈 한양대 교수



작년 여름 외교부에서는 민간을 주축으로 ‘한·일 문화·인적 교류 활성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관광분야 역시 중요한 인적 교류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TF위원장으로 참여했다. 문화콘텐츠, 미디어와 공공외교 분야를 포함한 민간위원들은 매주 만나 한·일 관계 정립과 민간분야의 지속적 교류를 위한 방안을 토론했다.

주요 내용은,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20주년을 계기로 한·일 관계의 재도약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차이를 인정하고 공통점을 확대하는 방식, 미래 세대의 관점에서 포용적·개방적으로 접근하는 방식, 상호 편익을 높이는 접근방식, 일회성이 아닌 문화·인적교류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방식 등 네 가지 접근원칙을 세웠다. TF활동은 민간과 지역의 풀뿌리 교류지원 확대, 청소년 상호교류 활성화, 외래 관광객 공동 유치 등 총 25개 실행과제를 제시하는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마무리했다.

한국의 TF 구성 소식은 일본에도 영향을 미쳐 같은 방식의 TF 민간조직이 일본에서도 구성됐고, 서울에서 양국의 TF가 만나 서로의 결과보고서와 입장을 논의했다. 한·일 협력은 동북아시아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며, 특히, 정치외교와는 다른 차원에서 민간 교류와 문화 교류는 서로를 위해 지속적으로 활성화돼야 한다는 공감을 나눴다. 하지만 아직 양국의 TF 결과는 보고서 안에 묻혀 있다.

한·일 관계는 더 나빠졌다. 최근 일본 정부가 정치외교문제를 민간기업의 경제 차원으로 확대하면서, 반도체 등 한국 산업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이에 반발해 한국에서는 민간의 자발적 저항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여행 안 가기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약 130만 회원을 둔 일본여행 카페가 일본여행 불매를 선언하며 휴면에 들어갔고, 이미 주요 여행사의 신규 일본여행 예약은 절반 정도로 줄어들고 있다. 여행은 개인의 심리적 욕구이지만 한편으로는 사회현상에 영향을 받는다. 한국에 대한 일본 정부의 적대적 태도는 여행하고 싶은 마음을 잦아들게 한다.

하지만 성숙한 대응도 필요하다. 우리가 문제 제기하는 것은 일본의 군국주의 또는 제국주의적 성향의 정치와 태도이다. 일본 내에도 역사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1983년 일본의 대학생들은 ‘피스보트(Peace Boat)’라는 비정부기구(NGO)를 결성했다. 1982년 한·일 교과서 파동을 계기로, 직접 현지에 가서 역사문제를 확인해 보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일본 청소년들이 주입된 역사교육에서 벗어나, ‘피스보트’를 통해 현장을 여행하고 체험하며 인식을 확대하려는 시도는 향후 한·일 관계에도 희망이 될 수 있다.

일본 여행을 자제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다. 따라서 환영받지 못할 것 같고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으면 여행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상대국에 대한 여행은 경제적 지출만은 아니고 상대를 제대로 알기 위한 교육이고 오히려 서로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다. 장기적으로는 여행을 자제하기보다 여행하는 방법과 의미를 달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로의 국가를 여행하며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삶의 방식을 이해하며, 진정한 친구가 되는 과정에서 해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일 문화·인적 교류 활성화 TF 보고서’가 양국의 현장에서 실행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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