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안전도 정치에 물들까 걱정
조재길 경제부 기자 road@hankyung.com
[ 조재길 기자 ] 원자력 관련 정부기관에 속속 자리잡은 탈(脫)원전 운동가들의 자격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엔 석광훈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감사다.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이 21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석 감사는 2017년 한국전력에서 발주한 연구과제 ‘균등화발전 원가 해외 사례 조사 및 시사점 분석’에 참여하고 1300여만원의 연구비를 받았다. 석 감사는 지금도 녹색연합 전문위원 및 에너지시민연대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원자력안전기술원법 제9조 2항은 ‘최근 3년 이내 원자력 이용자 또는 원자력 이용자 단체로부터 연구개발 과제를 수탁하는 등 사업에 관여한 경우 당연 퇴직해야 한다’고 돼 있다. 석 감사가 당시 해당 연구과제를 수행할 만한 전문성을 갖췄는지는 내버려 두더라도, 한전이 원자력 이용자이기 때문에 명백한 결격 사유라는 게 최 의원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석 감사 측은 “지금으로선 해줄 말이 없다”고 했다.
석 감사가 ‘일단 버티겠다’고 판단한 건 전례가 있기 때문인 듯하다. 김호철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이 지난 4월 30일 한국원자력연구원 토론회에 참석해 50만원을 받은 사실이 공개됐으나 유야무야됐다. 원안위는 오히려 이달 16일 보도설명자료에서 “김 위원이 원자력연구원에서 수당을 받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입금 사실을 인지한 뒤 동일 금액을 반납했다”고 옹호했다. 또 “김 위원이 원안위의 독립성·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없다”고 자체 판단했다. 원안위법은 제10조 1항에서 ‘3년 이내 원자력 이용자 또는 원자력 이용자 단체의 사업에 관여한 적이 있으면 결격 사유’라고 규정하고 있다.
김 위원은 월성 1호기 계속운전 취소 소송의 대표변호사를 맡은 적이 있는 대표적 탈원전 운동가다. 현 정부에 일정 ‘지분’이 있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제13대 회장이기도 하다.
원자력 기관들은 ‘진짜’ 전문가에겐 훨씬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원안위는 한국당이 작년 말 원안위원으로 추천한 이경우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의 선임을 거부하며 “2017년 원전 관련 간담회에 한 차례 참석해 회의비 25만원을 받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 교수는 사용후핵연료 처리의 핵심 영역인 철강제련·공정 전문가다. 원안위는 3월 배포한 보도해명자료에서 “이 교수가 자문료를 받은 건 원자력 이용자 단체의 사업에 관여한 것이어서 원안위법 10조 위반”이라고 했다.
원자력 안전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명제다. 한 번 사고가 터지면 걷잡을 수 없어서다. 관련 기관과 직원들에게 철저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내로남불’식의 법 해석을 보면 원전산업이 정치에 물들고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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