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성태 기자 ] 글로벌 렌털기업으로 성장한 코웨이가 웅진그룹 품에 안긴 지 3개월 만에 다시 매물로 나왔다. 국내외 렌털계정 700만 개를 보유한 우량기업이 또다시 사모펀드(PE) 등의 손바뀜을 거쳐야 하는 것은 씁쓸한 일이다.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기록될 코웨이 재매각은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멈출 줄 모르는 도전정신과 맞닿아 있다.
코웨이 재매각은 그룹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게 웅진 측 설명이다. 반면 투자업계는 ‘자기자본 없이도 인수할 수 있다’는 윤 회장의 섣부른 경영판단이 화를 불렀다고 진단한다.
의욕 넘쳤던 코웨이 인수
코웨이를 다시 품은 후유증은 만만치 않다. 앞으로 매각이 삐끗하거나 적정가를 받지 못하면 계열사들은 줄줄이 팔려나가야 한다. 웅진은 지난 3월 코웨이 인수와 추가 지분 확보를 위해 1조9900억원을 투입했다. 자회사 웅진씽크빅이 오롯이 인수자금 차입의 총대를 멨다.
금융시장을 낙관하고, 그룹 레버리지(부채를 끌어다 자산 매입에 나서는 전략) 능력을 과신했다는 비판이 안팎에서 나온다.
윤 회장도 주변에 “과욕을 부린 측면이 있다”며 “경영권에 욕심내지 말고 덩치 큰 투자자의 손을 잡았어야 했다”는 소회를 밝혔다고 한다.
웅진그룹은 1998년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긴 뒤 단숨에 재계 순위 30위권으로 성장했다. 계열사 상장으로 윤 회장은 한때 내로라하는 재벌 오너들을 제치고 주식 부호 8위(2006년 재벌닷컴 기준)에 오르기도 했다.
이쯤이면 멈출 줄 알았던 윤 회장은 ‘글로벌 초일류기업’이란 새로운 꿈을 꿨다. 태양광, 건설, 금융사업에 뛰어들었다. 동원 가능한 자금과 사재까지 털어 기업들을 사들였다. 무리한 인수는 그룹을 위기로 내몰았다. 급기야 2013년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코웨이 등 알짜 자회사를 차례로 매각했다.
윤 회장의 도전정신은 위기에서 빛을 발했다. 1년 만에 법정관리를 졸업했고, 3년 만에 빚을 모두 갚았다. 그리고 올 3월 “한 달에 열 번은 상상했다”는 코웨이를 다시 품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코웨이 인수는 그룹에 ‘독배’가 됐다.
거침없는 도전의 39년
1980년 창업 후 윤 회장의 39년은 거침없는 도전의 역사였다. 성장동력이 되기도 했지만 때론 그룹 위기를 부르기도 했다. 그 세월 동안 윤 회장은 법정관리 신청 등 셀 수 없는 고독한 결정을 했다. 그 과정에서 채권자와 투자자 등 적이 생겨났다. 이번 코웨이 재매각이 투자자들의 압력 때문이란 얘기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내유보금을 쌓아놓고 ‘보신경영’을 하는 재계 풍토에서 지금의 결과만 놓고 (윤 회장을) 매도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자수성가한 기업인으로 윤 회장이 남긴 족적은 크다. 교원 청원 등은 윤 회장의 동업자였다가 그에게서 사업적 영감을 얻어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윤 회장은 대표적인 투명경영인이기도 하다. 법정관리 후 검찰에 소환됐지만 비자금 조성은 물론 그 흔한 가족법인의 일감몰아주기 한 건 걸린 것이 없었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고 보도자료를 냈을 정도다.
윤 회장은 3월 코웨이 인수 후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재기한 그룹 오너가 누가 있나. 모두가 ‘안 된다’고 했지만 결국 성공했다. 앞으로 웅진코웨이와 함께 ‘새로운 꿈’을 꾸겠다”고 했다. 여봐란듯이 재기에 성공한 윤 회장의 호언장담을 다시 기대해본다.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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