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유니클로가 '한국 불매운동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요지의 일본 본사 임원 발언에 대해 22일 사과했다. 이날 나온 유니클로의 사과는 지난 17일에 이어 두 번째로, 닷새 전의 첫 사과보다 공식적인 성격이다.
유니클로 일본 본사인 패스트리테일링과 한국 운영사인 에프알엘코리아는 이날 사과문을 통해 "최근 패스트리테일링 그룹의 실적 발표 중 있었던 임원의 설명에 부족한 점이 있었던 것과 관련, 한국의 고객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밝혔다.
또한 "당시 부족한 표현으로 저희의 진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많은 분을 불쾌하게 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한일 양사 공동명의로 발표된 이번 사과문은 일본 본사의 의중이 적극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에서 거세지는 유니클로 불매운동과 관련한 내용은 일본 본사의 야나이 다다시(柳井正) 회장에게까지 보고가 이뤄졌으며, 야나이 회장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진정성 담긴 사과 등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클로는 사과문에서 당시 임원의 발언과 원래의 취지에 대해 거듭 설명했다. 당시 임원은 한국에서의 불매운동에 대한 질문에 "한국에서도 오랜 기간 사랑해주고 계신 만큼, 그 영향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다만 지금은 일정 부분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변했다고 유니클로는 전했다.
유니클로는 이 같은 발언이 '한국에서도 오랜 기간 사랑해주고 계신 만큼, 그 영향이 오래가지 않기를 바란다'는 취지였으나, '바란다'고 명확히 이야기하는 대신 '생각하고 있다'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본래의 의도와 달리 전달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다시 한번 이런 부족한 표현으로 저희의 진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한국의 많은 고객께서 불쾌한 감정을 느끼시게 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패스트리테일링 그룹과 유니클로는 앞으로도 전 세계 고객들께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문제의 발언은 일본 도쿄에서 열린 패스트리테일링의 결산 설명회에서 불거졌다. 오카자키 타케시 패스트리테일링 최고 재무책임자(CFO)는 한국 내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 여파를 묻는 애널리스트의 질문에 "이미 일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도 "불매운동 여파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해당 발언이 국내 온라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졌고 본격적인 유니클로 매출 하락의 도화선이 됐다. 유니클로 명동점은 물론 국내 곳곳에 위치한 유니클로 매장에 발길이 뚝 끊겼다. 네티즌들은 손님없이 텅텅 빈 유니클로 매장의 인증샷을 올리며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독려하기도 했다. 일부 소비자는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유니클로가 공식 사과를 한 배경에는 불매 운동이 실제로 매출에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매장에 따라 많게는 매출이 반토막 난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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