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용석의 워싱턴인사이드]북한 '새로운 계산법' 요구에...트럼프는 여전히 '속도조절' 중

입력 2019-07-23 07:23   수정 2019-07-23 12:0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북한과 서신 교환 사실을 공개하며 실무협상 일정에 대해 “그들(북한)이 준비될 때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 협상을 총괄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그들이 (협상장에)나타날 때 다른 입장을 취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북한에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촉구한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 2월말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해왔다는 점에서 실무협상 의제를 둘러싸고 미·북간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는 것으로 해석된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최근 북한과 약간의 서신 왕래가 있었다”며 “매우 긍정적인 서신 왕래였다”고 말했다. 서신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 교환인지, 실무 당국자간 편지 교환인지 여부와 서신이 오간 시점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강조했다. 하지만 ‘실무협상 일정이 잡혔느냐’는 질문엔 “아니다”고 했다. ‘협상이 언제 이뤄질 것이냐’는 질문엔 “그들이 준비될 때 우리는 만날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지난달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1주년 직전에 친서를 주고받았다. 당시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 생일(6월14일) 축하 친서를 보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답신을 보냈다. 이후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판문점 회동이 성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회동 직후 2~3주 내 미·북 실무협상 재개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은 오는 8월로 예정된 한·미 군사훈련과 실무협상을 연계하고 나섰고, 판문점 회동 후 4주째로 접어든 현재까지 실무협상 일정조차 잡히지 않고 있다.


‘북한이 준비될 때 만날 것’이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비춰볼 때, 미국은 실무협상 재개 자체보다 실무협상에서 다뤄질 내용에 방점을 찍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북한에 ‘충분한 시간을 줄테니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들고 협상장에 나오라’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에도 “시간은 본질적인 게 아니다”며 ‘속도 조절론’을 꺼냈다.

폼페이오 장관도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북핵 실무협상이 곧 시작되길 바란다면서 “그들이 (협상장에)나타날 때 다른 입장을 취하기를 희망한다”고 전향적 입장을 촉구했다. 그는 지난 15일에도 “북한이 처음엔 없었던 아이디어들을 갖고 (협상) 테이블로 오길 희망한다”며 미·북 모두 협상에서 좀 더 창의적일 수 있길 바란다고 했었다.

반면 북한은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해왔다. 미국이 하노이 회담 때 제시한 ‘빅딜(일괄타결식 북핵 해법)’을 수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북한은 대신 경제 제재 해제와 단계적 해법(비핵화 조치와 상응조치 교환)을 주장해왔다. ‘판문점 회동’ 이후에도 북한의 태도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북한은 실무협상 재개와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연계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에 ‘처음엔 없던 아이디어’를 요구하지만 북한은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며 양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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