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떠날 회사"…파업 준비하는 현대차 노조의 속내

입력 2019-07-23 10:45   수정 2019-07-2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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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노림수는 '정년 연장'
"어차피 나갈 회사…" 공멸도 불사




23일 현대차 노조가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파업 절차를 밟고 있다. 사측을 몰아붙여 정년 연장을 얻어내기 위함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9일 임단협 16차 교섭에서 결렬을 일방 선언했다. 노조가 일괄제시안을 요구했으나 검토해야 할 사안이 많다며 회사 측이 일괄 제시는 어렵다는 뜻을 밝히자 노조는 곧바로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 수순에 들어갔다.

22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고 23, 24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쟁의발생을 결의한다. 파업 돌입 여부를 묻는 조합원 찬반투표도 오는 29, 30일 진행된다. 약 10일동안 진행되는 중앙노동위원회 쟁의조정에서 조정중지 결정이 나오고 조합원 찬반투표가 가결되면 노조는 파업권을 확보한다.

◇노조, 경영 어려워도 파업은 강행

노조는 파업을 준비하고 있지만, 현대차의 상황은 파업을 감내할 만큼 좋지 못하다. 올해 2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 판매량은 7.3% 감소했다. 2분기 영업이익 1조2377억원을 기록하며 2017년 3분기 이후 7분기 만에 영업이익 1조원을 회복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급등한 원·달러 환율효과 약 3000억원을 제거한다면 영업이익 역시 1조원 아래로 내려간다.

연초 팰리세이드 인기가 높아지며 생산을 늘려 부진을 극복한다는 계획이 있었지만, 이 역시 노조가 찬물을 끼얹고 나서며 무산됐다. 팰리세이드는 울산 4공장에서 생산된다. 사측은 연초 4공장의 기존 생산량(월 6200대)에 월 2400대 증산을 요구했지만, 노조 합의에만 석 달이 걸렸다.

그럼에도 높은 인기 탓에 차량 인도까지 1년을 기다려야 하고 이에 지쳐 취소한 물량도 2만대가 넘어가자 울산 2공장에서도 생산하는 안을 추진했다. 노조 집행부 설득이 필요했고 특근 수당 감소를 우려한 4공장의 반대에도 부딪혔다. 겨우 증산에 합의를 마치자 파업 절차가 시작됐다. 팰리세이드 신차 효과 소멸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팰리세이드는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 인기를 끄는 몇 안되는 차종이다. 현대차는 하반기 팰리세이드, 쏘나타 등의 공급을 늘려 올해 미국 시장 판매량을 71만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었다. 회사의 실적이 좋아야 직원들의 임금도 높아진다. 이 시기 노조의 파업 행보는 함께 죽기 위해 덤비는 ‘동귀어진’의 전략으로도 보인다.

◇어차피 떠날 회사, 미래는 관심 없어

노조의 이러한 결정에는 생산직 근로자들의 고령화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국내 공장을 기준으로 50대 이상 직원 비중은 2017년에 이미 40%를 넘어섰다. 정년퇴직자도 급증하는 추세다. 2017년 700명 수준이던 정년퇴직자는 올해 약 2배 수준으로 증가한다. 2021년부터는 매년 2500명 가량이 회사를 떠날 예정이다.

현대차 울산공장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50대 직원들의 목표는 현 상태로 회사를 더 오래 다니는 것”이라며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노조도 올해 협상안에 현재 만 60세인 정년의 연장을 명시했다. 국민연금법에 따른 노령연금 수령 개시일이 도래하는 해의 전년도로 바꾸자는 주장인데, 임직원들의 나이를 감안하면 65세까지 연장하라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정년을 연장할 경우 현대차 노조는 정년퇴직 시기를 5년 연기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정년 연장을 거부할 경우 50대 직원의 비중은 2022년 35%로 낮아진다고 내다봤다. 퇴직자를 대체할 30세 미만 직원 비중도 국내 직원의 17%로 늘어난다는 계산이다. 강성투쟁 일변도인 노조의 성향 변화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정년 60세를 유지한다면 올해부터 2023년까지 1만명 가량이 퇴사하고 이후 매년 생산직에서만 2500명 내외의 퇴직자가 발생한다”며 “6만5000명 수준인 현대차 직원 풀에 내년부터는 젊은 피가 대거 수혈될 전망이다. 현대차가 청년실업 문제 해소에도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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