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자산가치 급상승
대출금 늘리고 원금 일부 회수
금리 낮춰 금융비용 부담 완화
[ 이현일/이동훈 기자 ]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사진)를 보유하고 있는 캐나다 대체투자 운용사 브룩필드가 자본재조정(리캡)을 통한 투자금 회수에 나섰다. 2016년 말 2조5500억원에 인수한 IFC 가치가 3조2000억원 이상으로 불어났을 것으로 보고 대출금을 늘려 원금 일부를 회수하기로 한 것. 대출금리를 낮춰 금융비용 부담을 덜겠다는 계산도 깔렸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브룩필드는 최근 IFC 차입금 재조달을 위해 국민은행을 대표주관사로, 삼성생명과 NH투자증권을 공동주관사로 선정했다. 브룩필드는 2016년 말 IFC를 인수하면서 2조5500억원의 인수대금 중 약 1조8050억원(선순위 1조6000억원·중순위 2050억원)을 대출금(인수금융)으로 충당했다. 담보인정비율(LTV)은 70%였다. 당시 대출은 5년 만기로 선순위 금리는 연 3.2%, 메자닌 대출 금리는 연 5%대였다.
브룩필드가 리캡에 나선 건 IFC의 자산 가치가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인수 초기 공실률이 70%에 달했던 오피스 빌딩 ‘타워’3의 임대가 대부분 이뤄진 데다 지하 쇼핑몰 운영도 개선됐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IFC의 감정가를 3조2000억~3조3000억원으로 보고 있다. 인수 당시와 같은 70%의 LTV를 적용받으면 대출 규모를 2조2000억~2조3000억원까지 늘릴 수 있다. 이 경우 브룩필드는 펀드투자금 7000여억원의 절반 이상인 약 4000억원을 배당으로 회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연 3.2%였던 선순위 금리도 2%대로 내려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 사이 시중금리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부동산금융업계 관계자는 “브룩필드가 시장 상황을 지켜보다가 만기 5년인 초기 인수금융의 중도상환 수수료가 낮아지는 3년차가 되자 곧바로 차입금 재조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IFC 리파이낸싱에는 당초 인수금융에 참여했던 금융사 대부분이 다시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민은행을 비롯한 대형 은행들과 삼성생명·화재, 농협생명 등 보험사들이 선순위 대출에 나섰고, 교직원공제회 등 공제회와 연기금이 메자닌 대출에 투자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IFC만 한 대형 우량자산을 찾기 힘들기 때문에 기존 투자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다시 대출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지난 18일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우량 기업과 부동산 대출 차주들의 자금 재조달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반대로 보험사 공제회 등의 자금 운용 여건은 악화될 전망이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자산운용 수익률이 낮아져 지금도 일부에선 역마진이 나는 데 앞으로 어떻게 자산을 운용해야 할지 고민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일/이동훈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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