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서울정부청사 앞서 기자회견
[ 이지현 기자 ] 의사·약사단체가 정부의 보건의료 규제개혁 정책에 또 딴죽을 걸고 나섰다. 정부가 강원도 규제자유특구에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서비스를 도입하고, 소비자 편의를 위해 건강기능식품을 나눠 팔도록 허용하겠다고 발표하자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의사와 약사들은 국민 건강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반대 주장을 하고 있지만, 밥그릇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는 25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규제자유특구 원격의료사업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규제특구 지역 의사들이 (원격의료사업에) 참여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제도 보이콧을 선언한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전날 발표한 강원도 원격의료사업은 2년간 동네의원 두세 곳이 참여해 연간 200명 정도의 고혈압·당뇨환자를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시스템으로 돌보는 것이다. 의사에게 진료받은 환자가 집에서 혈압·혈당 등의 수치를 확인해 병원으로 보내면 의사가 이를 모니터링해 문제가 있으면 병원을 찾도록 안내한다. 원격 상담과 교육도 할 수 있다. 다만 추가 질환을 진단하거나 약을 처방할 때는 환자 곁에 간호사가 있어야 한다. 약을 택배로 받는 것도 금지된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가 원격으로 환자를 상담·교육·진료할 수 없다. 이번 원격의료사업은 기존 규제를 제한적으로 풀겠다는 취지다. 강원도를 선택한 것은 지형적 특성 때문이다. 산이 많고 인구밀도가 낮은 강원도는 다른 시·도에 비해 병원 접근성이 떨어진다. 인구 1000명당 동네의원 의사는 0.66명으로, 전국 평균(0.79명)보다 낮다.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원격의료를 도입하면 만성질환자가 병원을 계속 가야 하는 불편을 덜어주고 병원이 없는 곳의 의료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며 “이런 원격의료까지 반대하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이날 약사들도 정부 정책에 반대 입장을 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을 허용하는 것은 약사 고유 영역인 조제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식약처는 지난 3일 건강기능식품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건강기능식품 매장에서 소비자 건강 특성에 맞는 상품을 추천하고 먹기 편하게 나눠 담아 팔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다. 지금은 정해진 규격 제품만 팔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도가 시행되면 소비자가 필요한 제품만 구매할 수 있게 돼 오히려 불필요한 건강기능식품 남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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