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내달 2일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 목록(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럴 경우 내달 하순께부터 한국은 화이트리스트에서 빠지게 됩니다. 한국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출규제 강화조치를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시행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란 분석입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수출무역관리령’개정안을 8월2일 각의에 상정할 방침입니다. 일본 정부는 통상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각의를 개최하는데 현재 아베 신조(安倍晋三)일본 총리가 내주 초까지 휴가를 간 이유 등으로 내주 금요일 각의에서 한국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를 결정키로 한 것입니다.
일본 정부의 수출무역 관리령 개정안은 각의에서 의결되면 일왕이 공포하는 절차를 거쳐 공포 시점부터 21일 이후에 시행됩니다. 일정에 다소 변수는 있지만 내달 23~26일께 이후부터 한국이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내달 2일 각의에서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결정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자면 일본 정부의 각의 전까지 1주일 정도의 ‘협상 기간’이 남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상은 어떻게든지 내달 안에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일 듯합니다.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일정대로 한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겠다는 것입니다. 앞서 산케이신문도 전날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 정부가 예정대로 8월 중에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방침이라고 전한 바 있습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24일까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했습니다. 이 공모절차에는 이례적으로 3만건이 넘는 의견이 접수됐고, 90%이상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찬성하는 의견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제산업성은 수렴한 의견을 정리해 내달 1일 부처 입장을 밝힐 방침으로 전해졌습니다. 일본 정부가 일본 내 혐한감정 등에 편승해 화이트리스트 배제의 근거를 마련한 작업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찬성 의견이 많다는 것을 앞세워 ‘보복 강행’의 명분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은 것입니다.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성 장관 자신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대한(對韓)수출규제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세코 장관은 트위터 계정을 통해 수출규제와 관련한 트윗을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최근 발신한 트윗은 리트윗이 7000건 이상 되는 등 일본인들의 반응이 참의원 선거 게시물보다 10배 이상 많았다고 합니다.
일본은 현재 미국, 영국 등 27개국에 화이트리스트 국가 지위를 인정하고 있으며 한국이 제외되면 첫 제외 사례가 됩니다. 화이트리스트에서 빠지면 일본은 앞으로 한국으로 수출 때 중국, 인도 등에 대한 수출과 동일하게 취급하게 됩니다.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수출 건마다 경제산업성의 개별허가를 받도록 하는 것입니다. 수출허가 심사기간이 대폭 늘어나고, 수출허가가 나지 않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사실상 한국에 대한 거의 전 품목의 부품·소재 공급 ‘목줄’을 죄게 되는 효과를 일본은 보게 됩니다.
일본이 한국에 대한 최대 위협카드를 사용하는 게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일본이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현실화하면 그야말로 양국 관계는 루비콘강을 건넌 꼴이 될 것입니다. 일본 정부는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인지 알고, 한일 양국 관계를 이전과 같은 모습으로 되돌리기 어려운 어리석은 행동을 감행해선 안 될 것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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