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데어라이엔·라가르드…글로벌 여성 파워 '지각변동'

입력 2019-07-26 17:11   수정 2019-07-27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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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지 기자의 Global insight

메이 英 총리 자리에서 물러나
메르켈 獨 총리도 입지 좁아져



[ 심은지 기자 ]
영국의 두 번째 여성 총리였던 테리사 메이 총리가 지난 24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지연에 따른 책임을 지고 떠난 것이었다. 마거릿 대처 후 첫 여성 총리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등장과 달리 뒷모습이 쓸쓸했다.

메이 전 영국 총리의 퇴진은 세계를 움직이는 여성 리더들의 지각변동을 의미하기도 한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서 메이 전 총리는 2016년 7월 영국 총리에 오른 뒤 2년 연속 2위 자리를 차지했다. 1위는 2011년 이후 8년 연속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였다.

올해 말에는 이 순위가 대폭 바뀔 예정이다. 우선 메이 전 총리의 빈자리가 생겼다. 이 자리를 누가 채울지 관심사다. 견고한 1등이었던 메르켈 총리도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임기는 2021년까지 남아 있지만 건강 이상설, 연정 약화, 난민정책 갈등 등으로 여러모로 입지가 좁아졌다.

더구나 새 여성 후보군이 쟁쟁하다. 유럽에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차기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있다. 그는 16일 EU 사상 첫 여성 집행위원장으로 선출됐다. 브렉시트, 미국·EU 간 무역갈등, 기후변화 등 그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더미 같다.

비슷한 시기 유럽중앙은행(ECB) 차기 총재로 뽑힌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강력한 후보다. 여성 최초로 유로존의 통화정책을 총괄하게 됐다. 변호사 출신인 그는 2007년 프랑스 재무장관에 올라 주요 7개국(G7) 최초의 여성 재무장관이 됐고, 2011년 여성 최초로 IMF 총재를 맡았다. 여성 최초 ECB 총재라는 수식어를 또 얻었다.

미국에서는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강력한 대권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과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캘리포니아)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민주당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크게 활약하면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의 양강구도를 흔들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워런 의원과 해리스 의원이 각각 2·3위를 차지했다.

미국 원주민 혈통인 워런 의원은 ‘트럼프 저격수’라고 불린다. 부유세 도입, 보편복지 등의 정책으로 표심을 모으고 있다. 인도계 어머니와 자메이카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해리스 의원은 여성 최초의 유색인종 검찰총장이라는 타이틀이 있다. 내년 미국 대선에서 여성 대통령이 뽑히면 역사상 최강의 여성 지도자가 탄생하게 된다.

뛰어난 여성 리더들의 활약에도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은 여전하다. 산업계만 봐도 그렇다. 글로벌 500대 기업 중 여성 최고경영자(CEO)를 둔 곳은 14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메리 바라 미국 GM CEO, 미국 헬스케어 업체 엔섬의 게일 코치아라 번드릭스 CEO 등 미국 기업이 대다수다. 미국이 아닌 기업은 영국, 프랑스,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4곳에 그쳤다.

한국도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여성 장관 비율 30%’를 공약으로 내걸 정도로 여성 리더 육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다. 하지만 이 비율대로는 내각 구성이 어렵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여성 인재풀이 적은 편이다. 작년 한국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2.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2.9%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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