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첫 제도개편 간담회
[ 신연수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이 ‘상고심(3심) 해법’을 찾기 위한 첫발을 뗐다. 취임 이후 처음으로 ‘상고제도 개편 간담회’를 연 것이다. 대법원을 찾는 사건은 연간 4만여 건인데 대법관은 14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1명은 대법원장으로 재판에 몰입하기 어렵고, 1명은 법원행정처장으로 아예 재판을 하지 않는다. 제대로 된 3심제를 보장하기엔 물리적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 계속된 이유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별도의 상고법원을 설치해 문제를 풀어보겠다며 ‘무리’했다가 대법원장으로는 사법 사상 처음으로 기소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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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대법관 증원부터 상고허가제까지 열린 마음으로 상고제도 개편 방안에 관한 의견을 들을 것”이라며 “헌법정신에 부합하고 실정에 맞는다면 그 방안의 입법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김대정 한국민사법학회장(중앙대 교수)과 이상원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서울대 교수) 등도 상고제도를 조속히 개편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방안으로 △상고법원 △상고허가제 △고등법원 상고부 △대법원 구성 이원화 △대법관 증원 등을 거론했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제를 강력히 추진했다. 상고법원제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만 대법원이 처리하고 나머지는 새롭게 상고법원을 설치해 전담하도록 하는 제도다.
당시 상고법원은 특별항고를 통해 상고법원에 있던 사건을 다시 대법원으로 올릴 수 있어 사실상 ‘4심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인사권을 쥐면 법관들이 승진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법원 조직이 더 관료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명수 코트’에서는 미국식 상고허가제가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꼽힌다. 대법원이 허가한 사건만 상고심 심리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미국 연방대법원에는 한 해 1만 건의 상고 신청이 들어오지만 재판이 열리는 사건은 1%도 안 된다. 2013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심리한 사건은 총 79건으로 대법관 1명당 9건 정도다. 김 대법원장은 2017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상고허가제가 가장 이상적인 해결 방안”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한국은 1961~1964년 고등법원 상고부를 운영해 단독사건의 상고심을 맡겼다. 1981~1990년에는 상고허가제를 시행해 대법원이 허가한 사건만 상고심 심리를 받도록 했으나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제한한다는 비판으로 폐지됐다. 이후 음주운전, 교통사고 등 경미한 사건에서도 하급심 판단에 대한 불신이 심각해지고 ‘삼세판’을 받아보겠다는 인식이 퍼지며 대법원의 업무가 과중해졌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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