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이라며 두려워하고 있다
日 모험정신 강한 경영자 없어
대기업이 채소가게만 못해"
[ 김동욱 기자 ] 128조원 규모의 인공지능(AI) 투자펀드를 조성키로 한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사진)은 “AI산업은 폭발적 성장의 입구에 서 있다”며 “신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AI산업에 대해 ‘거품’이라며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본에선 모험정신이 가득한 강인한 경영자가 없고 경영인들이 샐러리맨화하고 있어 AI산업 투자가 저조하다”고 비판했다.
손 회장의 AI에 대한 언급은 28일 발행된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 실렸다. 그는 인터뷰에서 “AI 기술은 학술연구 단계를 마치고 일상생활에 응용하는 활용기에 접어들었다”며 “10년 안에 AI는 기업 비즈니스모델과 의료, 교통 분야를 중심으로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20년 전 인터넷 혁명이 일어났을 때 거품 논쟁이 일었던 것처럼 테크놀로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AI에 대해 ‘거품이다’ ‘위험하다’는 말을 하고 있다”며 “AI산업은 이제 막 혁명의 입구에 들어섰으며 우리에게 주어진 큰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어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가 주도해 조성한 대형 벤처투자펀드인 비전펀드 1호는 당초 5년에 걸쳐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었지만 2년 만에 준비한 자금을 다 써버리는 등 유망 기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손 회장은 지난 18일 ‘소프트뱅크 월드 2019’ 행사에서 “AI 분야에서 일본은 후진국”이라고 비판한 데 이어 이번 인터뷰에서도 거듭 경고했다. 그는 “일본 기업들은 예전에 마련한 전략과 비전을 재탕만 하고 있다”며 “매일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대기업 경영자들보다 오히려 사업에 대한 집념이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도마뱀의 꼬리는 30%가 잘려도 재생되는 것처럼 소프트뱅크도 30%가량은 위험이 큰 분야에 베팅해 나갈 것이라고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지난 26일 손 회장은 1080억달러(약 128조원) 규모 비전펀드 2호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2017년 1000억달러(약 118조원) 규모 비전펀드 1호를 결성한 데 이어 2년 만에 대규모 투자 펀드를 조성하는 것이다. 2호 펀드에는 애플과 미즈호파이낸셜그룹 등 기존 투자자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 골드만삭스 등이 참여한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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