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언론사에 공개한 박기남 전 서장 "내 책임"
전 남편을 살해한 뒤 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의 경찰 체포 영상을 박기남 전 제주동부경찰서장(현 제주지방경찰청 정보화장비담당관)이 언론사에 제공한 사실이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경찰이 피의자의 체포 영상을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박 전 서장은 고유정에 대한 초동수사가 미흡했다는 대중의 지적과 사건의 전말을 알리고자 영상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박 전 서장이 영상을 제공한 것에 대한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경찰청 관계자는 박 전 서장이 해당 영상을 제공한 당사자라고 확인하며 "체포 당시 영상을 개인적으로 제공한 행위 자체는 경찰수사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 위반"이라고 말했다.
또 경찰청 차원의 공식 영상 배포는 없을 것이며 제주지방경찰청 역시 이 방침에 따라 해당 영상을 배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9년 3월 11일 배포된 경찰청 훈령 제917호 '경찰수사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이하 규칙)' 제4조는 몇 가지 예외의 경우를 제외하고 '사건 관계자의 명예, 사생활 등 인권을 보호하고 수사내용의 보안을 유지하기 위하여, 수사사건 등은 그 내용을 공표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공개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범죄유형과 수법을 국민들에게 알려 유사한 범죄의 재발을 방지할 필요가 있는 경우'와 '오보 또는 추측성 보도로 인하여 사건관계자의 권익이 침해되었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을 그 예외로 하고 있다.
경찰청은 박 전 서장이 규칙 4조를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박 전 서장은 공보규칙에 위배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문제가 된다면 경찰청의 판단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 다 제 책임"이라고 말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박 전 서장이 특정 언론사에 제한적으로 사건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등 '언론매체에 균등한 보도의 기회가 제공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규정 11조 또한 무시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한편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지난 27일 방송분을 통해 고유정의 체포 당시 영상을 공개했다.
고유정은 지난달 1일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체포됐다.
경찰이 "오전 10시32분경 살인죄로 긴급체포합니다"라며 미란다의 원칙을 고지하며 수갑을 채우자 고유정은 "왜요?", "그런적 없는데, 제가 당했는데"라고 말했다. 또 "지금 집에 남편 있는데 불러도 돼요?"라고 하기도 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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