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오동 전투' 감독 "역사왜곡 논란 일어나지 않도록…"
유해진 류준열 조우진 "울림이 있던 시나리오"
'봉오동전투'는 진심이다.
배우 유해진, 류준열, 조우진 등 주요 배우들과 원신연 감독은 29일 서울시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된 영화 '봉오동전투'에서 "영화의 진정성을 전하기 위해 가장 많이 고민하고, 노력했다"고 입을 모았다.
'봉오동 전투'는 1920년 6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최초의 승리를 이룬 독립군의 전투를 그린 영화다.
1919년 3.1 운동 이후 봉오동 일대에서 독립군의 무장 항쟁이 활발해졌고, 일본은 신식 무기로 무장한 월강추격대를 필두로 독립군 토벌 작전을 시작했다. 독립군은 불리한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봉오동 지형을 활용하는 전략으로 승리를 이끌어냈다. '봉오동전투'는 이날의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배우 유해진, 류준열, 조우진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대거 합류했고, 총 제작비 155억 원이 투입된 대작이다. 최근 반일 감정이 고조되면서 더욱 관심을 모으는 작품이다.
원신연 감독은 최근의 사회 분위기에 기대감 보다는 부담감을 보이며 조심스러워했다. 외부적인 논란으로 정치적으로 해석되기 보단 영화 자체의 메시지에 집중해줄 것을 강조했다.
원신연 감독은 "이 말을 하는 것도 조심스럽다"며 "영화가 기획부터 시나리오까지 6년의 시간이 넘어가는데 그 당시엔 상황이 이렇게 변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고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일제 강점기에 피해의 역사만 있는 것이 아닌, 저항의 역사, 승리의 역사가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그 부분을 유심히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유해진은 항일대도를 휘두르는 전설적인 독립군 황해철 역을 맡았다. 황해철은 평소에는 허허실실이지만 전투가 시작되면 민첩한 몸놀림과 대범함으로 일본군의 목을 거침없이 베는 비상한 솜씨를 보여준다. 유해진은 섬세한 표현력으로 캐릭터를 보다 입체적으로 완성했다.
끊임없이 산능선을 오르며 총과 칼을 휘둘러야 했지만, 유해진은 "육체적으로 힘든 것 보다 진정성을 표현하는 게 더 어려웠다"고 밝혔다.
유해진은 "칼을 휘두를 때에도 감정을 담으려 했다"며 "진심을 전하는 부분이 제 숙제였다"고 설명했다.
류준열은 비범한 사격 실력자 독립군 분대장 이장하를 연기했다. 이장하는 임무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는 캐릭터다. 류준열은 몸을 내던지는 연기로 이장하를 선보였다.
류준열은 "독립군들이 전쟁 외에 시간을 보내는 부분들이 마음에 많이 와닿았다"며 "편히 먹지도, 잠을 자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본인의 이익이 아닌 나라를 되찾으려는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독립군들이 열악한 상황에서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애를 썼다는 걸 느겼다"며 "그들과 비교할 때 반에 반도 안될테지만, 조금은 느낄 수 있던 시간이었다. 숙연해지는 순간이 많았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조우진이 맡은 마병구는 총과 언변으로 일본군을 상대하는 마적 출신 저격수다. 능숙한 일본어로 통역까지 전담하는 노련한 마병구를 조우진은 특유의 연기력으로 실감나게 연기했다는 평이다.
조우진 역시 '봉오동 전투'에 대해 말할 때 가장 먼저 "진정성"이란 단어를 입에 올렸다.
조우진은 "진정성을 표현하기 위해선 노력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어떤 한 장면이 아니라 매 순간 몸을 아끼지 않고, 함께 뛰고, 땀을 흘렸던 현장이었다"고 전했다.
유해진과 류준열, 조우진이라는 배우들을 '봉오동 전투'로 이끈 것도 진정성에 있었다. 원신연 감독은 "캐스팅에 어려움이 없었다"면서 출연 배우들에게 고마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 영화는 봉오동으로 일본군을 이끈 무명의 독립군들에 대한 영화"라며 "친근하고, 체력이 좋은 배우들과 함께하게 돼 즐거웠던 현장이었다"고 말했다.
일본군으로 출연한 일본 배우들의 캐스팅 역시 조심스럽게 진행했지만, "의외로 많은 배우들이 출연 의사를 줘서 저 역시 놀랐다"면서 "관련 이슈보다는 작품과 영화로서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봉오동 전투'에 출연한 일본 유명배우 키타무라 카즈키 등 일본 배우들은 일본 내에서 '매국노'라고 비난을 받을 위기에 몰렸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배우와 제작사 모두 난감할 수 있는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도 일본군에 일본 배우를 출연시킨 이유 역시 극의 진정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원신연 감독은 "일본인 배우가 일본인 캐릭터를 연기하면 그 자체로 숨결이 붙을 거라고 봤다"며 "출연 자체가 의미를 갖게 되는 만큼 조심스럽게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승리의 역사를 보여주고 싶다는 하나의 마음으로 묵직하게 영화를 끌고가는 '봉오동 전투'다. 배우와 제작진 모두가 하나의 뜻으로 뭉쳐 촬영을 진행한 만큼 관객들도 영화 그자체로 봐줬으면 하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원신연 감독은 "역사왜곡이라는 평가가 나오지 않도록 많은 고민을 했다"며 "그러기 위해선 '봉오동 전투'와 관련해 누구보다 많이 알아야 했고, 많은 자료를 검토하고, 할 수 있는 고증을 다 했다"고 치열했던 자료수집 과정을 전했다.
이어 "시대정신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도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봉오동 전투'는 오는 8월 7일 개봉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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