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개 해외 기관이 투자에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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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07월30일(08:05)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신한금융지주가 대규모 투자수요를 모으며 후순위 지속가능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지속가능채권은 자금 사용목적이 친환경 투자와 사회문제 해결로만 제한된 채권이다.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후순위채 형태로 발행하면서 최근 대형 인수합병(M&A)로 소진한 자본도 일부 충당하게 됐다.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가 10년6개월 만기 후순위 지속가능채권 5억달러(약 5900억원)어치 발행을 위해 전날 진행한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200개 해외 기관투자가가 참여해 총 43억달러의 매수주문을 넣었다. 전체 주문의 50%가 아시아에서 들어왔으며 나머지는 미국(34%)과 유럽·중동·아프리카(16%)에서 들어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글로벌마켓증권, 크레디트스위스, BNP파리바, HSBC가 발행 주관을 맡았다.
신한금융지주는 해외 기관들이 물량 확보 경쟁을 벌인 덕분에 자금 조달비용도 당초 계획보다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채권 금리는 미국 5년 만기 국채 금리보다 1.5%포인트 높은 연 3.34%로 결정됐다. 이 회사가 수요예측에 앞서 투자자들에 제시한 희망금리(연 3.59%)보다 0.25%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이번 후순위 지속가능채권의 글로벌 신용등급은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9번째인 ‘BBB’로 신한금융지주 선순위 채권 신용등급(A)보다 세 단계 낮다.
이 회사는 이번 채권 발행으로 자본 관련 지표를 개선할 수도 있게 됐다. 이번 후순위채는 발행 당시에는 전액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나 조기상환권(콜옵션) 행사시점인 2025년 2월까지 자본 인정금액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게 돼 있다. 만기가 5년 미만일 때부터는 발행금액이 모두 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신한금융지주는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와 아시아신탁 인수에만 2조원 이상을 투입하는 등 최근 외형 확대를 위해 대규모 실탄을 잇달아 소진했다. 이로 인해 이 회사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 말 14.9%에서 올해 3월 말 14.0%로 하락했다.
그룹의 전체 투자여력을 보여주는 이중레버리지비율(자회사 출자총액/자기자본)도 이 기간 119.1%에서 127%로 상승했다. 어느덧 금융당국의 기준치인 130%에 근접했다. 자회사들에 출자할 여력이 얼마 안 남았다는 의미다. 이 회사는 지난 25일 신한금융투자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6600억원을 출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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