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전력·에너지株 제 역할 못해
명색이 방어株인데…
하반기엔 나아질까
[ 고윤상 기자 ] 조정장에서 통상 경기방어주로 분류되는 통신 및 전력·에너지주들이 힘을 못 쓰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수출 규제라는 대외악재에 내수 부진까지 겹치면서 이들의 방어매력이 극도로 약화됐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에서는 2분기 실적 발표가 끝나는 대로 이들 업종이 반등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방어주가 코스피보다 부진
3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K텔레콤은 500원(0.20%) 오른 24만6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KT는 전날과 같은 27만550원, LG유플러스는 150원(1.17%) 상승한 1만3000원에 마감했다. 이달 들어 SK텔레콤(-4.82%), KT(-2.82%), LG유플러스(-10.34%) 등 통신주들은 일제히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4.31% 떨어진 것과 비교해보면 방어주로서 역할을 못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력·에너지주들도 부진했다. 이날 한국전력은 350원(1.25%) 떨어진 2만7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전력은 올 들어 16.61% 하락했다. 한전KPS와 한국가스공사도 올해 각각 6.17%, 11.92% 조정을 받았다.
상반기 실적이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안겼다는 분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텔레콤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전년 동기 대비 7.7% 감소한 3199억원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5세대(5G) 이동통신 가입자 선점을 위한 경쟁이 심해지며 마케팅 비용이 1분기 대비 5.1% 늘어난 7153억원에 달했을 것”이라며 “이동전화 수익 감소세도 2분기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전력·에너지주들은 원재료 비용 증가가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한국전력은 2분기에 5693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원유 석탄 등 발전원가가 오르면서 전력도매가격(SMP)이 상승한 탓이 컸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요금 인하 압력도 악재로 작용했다. 한국가스공사도 2분기에 395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8일 이전까지 가스 도매요금이 규제로 묶여 있었던 게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하반기 실적개선 본격화”
증권업계에선 이들 업종이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하반기 기대감이 살아나면서 반등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SK텔레콤은 통신업종에서 최선호주(톱픽)로 꼽힌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분기 실적에 주파수상각비용 300억원이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2분기 영업이익이 1분기보다 늘어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며 “3분기엔 영업비용 증가폭이 전 분기에 비해 작아 영업이익이 더 뚜렷하게 증가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5G 가입자 점유율을 30%까지 확보하면서 하반기 무선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이 반등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ARPU 증가는 통신주 실적 회복의 핵심요소로 꼽힌다.
한국전력은 하반기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단가 하락과 원전이용률 증가에 힘입어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예상되고 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전력은 2분기를 기점으로 뚜렷한 실적 개선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역사적 저평가 구간에 있는 만큼 주가가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친환경설비 등 설비투자 확대를 위한 대규모 차입으로 인해 재무구조가 다소 악화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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