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을 방문 중인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30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다음주까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특별 허가를 요청한 기업들에 답을 주겠다”고 밝혔다. 그는 “아르헨티나와 페루를 추가로 들린 뒤 미국으로 돌아갈 때쯤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로스 장관은 “지금까지 약 50건의 신청서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신청서가 접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3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도 “미국 정부가 앞으로 몇 주 안에 기술기업들이 신청한 화웨이에 대한 특별 거래 허가건을 처리할 것”이라며 “35개 기업이 50여건을 신청했는데 2주 안에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5월 화웨이와 계열사 68곳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차단했다. 이후 미국 기업들이 혼란을 겪을 것을 고려해 해당 조치를 90일간 유예했다. 미국 기업들이 유예 기간이 지나고서도 화웨이와 거래를 이어가길 바란다면 정부로부터 특별 면허를 받아야 한다.
로스 장관의 발언은 미국과 중국이 중국 상하이에서 고위급 무역협상을 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화웨이에 대한 제재 완화는 중국이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핵심 사항 중 하나여서 주목된다.
미·중 협상단은 31일 상하이 시자오(西郊)호텔에서 이틀째 협상을 벌였다. 지난 5월 워싱턴DC에서 열린 협상이 결렬된 이후 두 달 여의 진통 끝에 다시 만났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을 앞두고 중국이 미국산 콩과 돼지고기 등 농산물을 대량으로 수입하기 시작하면서 돌파구가 마련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졌지만 양측의 의견 차이가 커 협상은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식재산권 보호와 기술 이전 강요 등을 막기 위한 법률 개정 및 합의 이행 강제 방안을 요구하며 중국을 압박했다. 이에 중국은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관세를 즉각 없애고 화웨이에 대한 거래 제한도 폐지할 것을 주장하며 맞섰다.
난항을 거듭한 협상 분위기를 보여주는 듯 양측 협상단은 대중 앞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양측 당국자들은 정문 대신 옆문으로 호텔을 드나들며 공공장소를 최대한 피했다. 또 기자들과의 접촉도 극도로 꺼렸다.
한편 미·중 무역협상이 중국 수도 베이징이 아닌 상하이에서 재개되면서 협상이 진행된 시자오호텔에도 관심이 쏠렸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곳이 당시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1972년 중국을 방문해 ‘상하이 코뮈니케’를 발표한 곳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냉전시대의 적대관계를 끝내고 관계 정상화를 선언한 상하이 코뮈니케는 이후 1979년 미·중 국교 정상화의 초석이 됐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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