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요격 어렵게 오르락내리락"
KIDA 국방포럼 참석한 정경두
[ 이정호/이미아 기자 ]
북한이 31일 두 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을 향해 발사하며 엿새 만에 다시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미사일은 지난 25일 발사한 미사일과 비교해 비행 고도가 20㎞가량 낮아진 ‘저(低)고도’ 비행이 특징이다. 자체 개량한 신형 탄도미사일의 요격 회피 능력을 과시하고, 남한 전역 어디든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대남(對南) 경고용 무력시위라는 분석이다.
“요격 쉽지 않아”
합동참모본부가 이날 발표한 북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추정 고도는 약 30㎞, 비행 거리는 약 250㎞다. 25일 북한이 쏘아올린 두 발의 미사일(고도 50㎞, 비행거리 600㎞)에 비해 고도가 낮아지고, 비행 거리도 300㎞ 이상 줄어들었다.
이동식 미사일발사대(TEL)에서 발사된 두 발 모두 발사 단계에서부터 한·미 탐지시스템에 걸렸다. 첫 번째 미사일은 중앙방공통제소(MCRC)와 이지스함에서 최초 포착됐다. 두 번째 미사일은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와 MCRC, 이지스함에서 거의 동시에 탐지됐다.
미사일 기종 역시 25일 미사일과 비슷한 러시아 이스칸데르급 KN-23으로 추정되고 있다. 포물선의 궤적을 그리는 보통의 탄도미사일과 달리 KN-23 기종은 하강 단계에서 ‘풀업(상승비행)’ 기동 등 요격 회피 비행 특성이 있다. 이 같은 변칙 비행 때문에 군 전문가들 사이에서 요격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북한 미사일 우리 요격 범위에 있어”
군 당국은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이날 “우리 군이 운용 중인 패트리엇 체계로 대응할 수 있다”며 “북한의 미사일 능력에 대응하기 위한 전력화 계획을 지속해 추진하고 있고 M-SAM(중거리 지대공미사일) 등 북한의 변화하는 위협에 대비해 미사일방어 능력을 지속 보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방포럼에서 “우리를 위협하고 도발한다면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당연히 ‘적’ 개념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정 장관이 작년 9월 취임한 이후 북한을 겨냥한 가장 강한 표현이다.
이어 북한 미사일 대응에 대해 “북한의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들은 우리 방어자산의 요격성능 범위에 들어있다”며 “군사정찰 위성 같은 사업들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충분히 방어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北 미사일 도발 더 늘 것”
전문가들은 당분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더 빈번해지고 그 주기도 짧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향후 진행될 미·북 실무협상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관심 끌기식 무력 도발 시도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달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을 견제하고, 우리 정부의 신형 첨단무기 도입에 불만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언제든지 미사일 시험 발사 카드를 꺼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미국엔 위협이 안된다’며 사실상 미국이 북한 미사일 발사에 면죄부를 줬기 때문에 우리를 향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북한이 ‘통미봉남(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직접 상대하려는 북한의 외교 전략)’을 넘어 한반도의 긴장 상황을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하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외교 관료도 “현재 북한은 자기들의 원하는 걸 우리 정부가 주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미사일 도발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게 더 많다고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이정호/이미아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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