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국남부발전 시니어,사회적기업연구원 인턴 김상덕 "나도 인턴이다"

입력 2019-08-01 08:42  

시니어 인턴 김상덕(사진)의 하루

환갑이 되는 내년에 정년퇴직후 새로운 사회에 나아가기 위해 이것저것 열심히 준비하는 시니어 인턴이다.

번성했던 한시대에 편성해 어려움 모르고 잘 살아가다 어느날 깨어보니 100세시대라 점 찍고 새로 시작하라고 한다. 어럼풋이 기억나는 10여년 전의 계획으로는 퇴직하고 낙향해 자연인처럼 사는 것이 순리에 가까운 가장 소박한 노후설계였다.하지만 언제부턴가 분위기가 달라졌다. 평균수명이 길어져 퇴직하고 세월이 너무 많이 남았다는 것이다.그렇다고 갑자기 정년을 늘려 줄 리는 만무하고 쓸만한 기술이 있나하고 돌아봤다. 19살에 공기업공채로 시작해 40년의 세월동안 한 눈 팔지 않고 지내온 직장생활이지만 퇴직후 계속 이어갈만한 송곳같은 역량은 보이지 않는다.

영 쓸모없지는 않을 것이다는 자존심 묻은 미련으로 이것저것 뒤적이며 포장 잘 되면 쓸만한 것이 있을 까 하고 밤잠 설치며 두리번거리기도 했다.하지만 지난 세월의 아쉬움만 밀려온다. 영점사격하듯 수십년간 한 곳만 응시하다가 갑자기 고개들어 둘러보려면 적응시간이 필요하듯, 한 직장에서 평생을 보내고 정년퇴직을 앞둔 시니어들은 낯선부문에서 순발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오랜 세월의 다양한 경험으로 단련된 융복합 내공을 신세대 신기술로도 대체할 수 없는 귀한 자원으로 인정해주는 사회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만은 놓고 싶지는 않다.

정년이 연장되는 법 시행과 함께 임금피크제도가 도입됐다.회사는 별도직무를 퇴직후에 계획하고 있는 일과 연관된 직무를 발굴해 2년동안 회사 업무실적도 챙기면서 새로운 사회로의 진출을 준비할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시간은 너무도 빨리 지나가버린다는 것이 선배들의 뒷 이야기다. 2년 준비로 새로운 사회에 나아가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나는 다행히도 임금피크제도 도입 관련업무를 담당했던 연유로 남들보다 일찍 관심을 가지고 고민했다. 선배들의 사례들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좀더 오랜기간 새로운 영역을 찾기 위해 여러가지를 시도해 보았다고 할 수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시니어인턴 직무이다. 내가 속한 한국남부발전에서는 정년퇴직이 예정된 시니어이지만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또다른 기관에서 인턴 체험을 할 수 있다. 40년간 근무한 직장에서는 규정기준으로 효용이 다했고,정년퇴직이라는 졸업장을 들고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과도기인 임금피크기간의 일부를 새로운 체험을 통해 새로운 사회에서의 역할을 모색해 보는 것이다. ‘후배 새대와 경쟁되지 않고, 특히 청년들의 일자리를 넘보지는 않겠다는’ 마음으로 새로운 분야를 탐색하게 됐다.

나는 임금피크 별도직무인 재난 안전분야 경영전문가 직무를 수행하면서, 7월부터 사회적경제활동 주체인 '사회적기업연구원'에 인턴으로 출근하고 있다. 매주 5 근무일 중 하루를 인턴으로 출근한다.

사회적기업연구원은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활동 기업들을 지원하는 사단법인이다. 부산 금정구에 있는 연구원 본원 2층 경영지원팀 맨 끝자리가 내 자리다. 아직도 40여명의 젊은 근무자들의 얼굴이 익숙치 않아 40년전인 1979년도의 신입사원때 모습처럼 내 마음은 긴장되고 아직 어리버리하다. 매주 각 단위업무의 개념학습을 위한 설명을 듣고 가끔 밥도 같이 먹으며 평균 근무연한 5년 정도의 젊디 젊은 직장 선배님들의 눈치를 살피며 적응하고 있다. 일주일에 하루 출근하고 연구원들의 업무 특성상 외근이 많은터라 아직도 서로가 익숙치 않다. 그렇다고 모두들 한참 일하는데 특별한 일도 없으면서 말 걸다가 업무방해하는 개념없는 인턴 될까바....조심스럽기도 하다.

지난주에는 아침에 출근해보니 책상위에 새 명함 2통이 놓여 있었다. ‘사회적기업연구원 인턴 김상덕’ 두툼하고 아주 고급스럽게 만들어진 특별한 선물이다. 두껑을 열어 첫장은 앞자리의 사수 정주임 님에게 두손으로 나름의 예를 갖추어 드리고 기쁘게 인사를 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사실은 지난주부터 기다리던 명함이라 더욱 더 기뻤다.

인턴생활 한달이 빠르게 지나간다. 나의 모습이 어떻게 느껴지냐고 물어 보니 많이 힘들 것 같다고 하는 분도 있다. 시니어 인턴의 의미를 잘 모르겠다는 분도 있었다. 젊은 동료들과 소통의 물고를 터고 어울리는 것이 쉽지 않다. 오랫동안 상급자로서 하던 소통방식으로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과 기존의 조직분위기에 방해가 되지는 않아야 되겠다는 생각에 조심이 많이 된다. 그래도 나의 정체를 최대한 밝혀야 작은 역할이라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기회 있을때마다 나를 브리핑 하는데 벌써 꼰데가 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주말에는 영화 '인턴'을 다시 봐야겠다. 그리고 두달째인 8월에는 나의 역할을 좀더 적극적으로 찾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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