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스의 로지텍은 잊어라…이젠 '화상회의 기업'

입력 2019-08-01 17:19   수정 2019-08-02 02:04

클라우드 기반 영상통화 SW 활용
카메라 연결하면 바로 영상회의
장비 설치비용 10분의 1로 낮춰
MS·테슬라·우버·트위터가 고객



[ 조수영 기자 ]
마우스 등 PC 주변기기 제조·판매업체 로지텍은 2000년대 후반 위기감에 사로잡혔다. 스마트폰 등의 확산으로 PC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우려가 회사 안팎에서 나왔다.

고민 끝에 찾은 신사업은 화상회의 기기다. 웹카메라, 마이크 등 기존 PC 주변기기를 개발하며 키운 기술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로지텍은 2016년 기존 화상회의실 구축 비용의 10분의 1 가격인 제품을 선보였다.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올 상반기 로지텍이 아시아와 유럽 시장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제품은 화상회의용 카메라 ‘밋업’이다. 로지텍이 추락하는 PC 주변기기 시장에서 벗어나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우스 등 주변기기 전문성 키워

로지텍은 PC를 사면 주는 부속품이라는 인식이 강한 마우스와 키보드에 차별화된 디자인과 기능을 더해 시장을 확장했다. 경영 전략은 ‘작은 연못 안 큰 물고기’다. ‘가장 잘할 수 있는 시장에서 잘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의미다.

경쟁력 있는 주변기기업체도 꾸준히 사들여 전문성과 몸집을 키웠다. 2008년 이어폰 제조회사 얼티밋이어(3400만달러), 2009년 화상장비업체 라이프사이즈(4억5000만달러)를 잇달아 인수했다. 2016년 무선 오디오기업 제이버드, 2017년 프리미엄 콘솔 헤드셋기업 아스트로게이밍을 각각 5000만달러와 3400만달러에 사들여 주변기기 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사내에 위기감이 퍼졌다. PC 시장 성장세가 꺾이고 있었다. 신사업으로 화상회의 기기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로지텍은 시장 조사에 나섰다. 로지텍이 파악한 세계 회의실 수는 4000만 개, 이 가운데 비디오 장비를 보유한 곳은 3%에 그쳤다. 문제는 설치 비용이었다. 당시 화상회의 시장은 시스코, 폴리 등이 주도하고 있었다. 전용 소프트웨어와 서버를 사내에 마련하고 전용 카메라, 모니터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전문가가 설치해야 하고 시스템이 복잡해 사후관리 비용도 적지 않았다.

화상회의실 비용 10%로 낮춰

로지텍은 차별화 전략을 썼다. 2016년 클라우드 기술을 적용한 화상회의 시스템을 내놨다. 서버가 필요없고 PC에 카메라만 연결하면 영상회의가 가능한 서비스다.

기업용 스카이프, 줌, 시스코 웹엑스, 블루진 등 주요 화상회의 앱(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어 따로 소프트웨어를 깔 필요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신재승 로지텍코리아 화상회의사업부장은 “30명 규모의 회의실에 화상회의 장비를 설치하는데 기존의 구축형은 3500만원 이상이 필요한 데 비해 로지텍 장비를 적용하면 350만원대로 완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마이크로소프트(MS), 테슬라, 우버, 트위터 등 주요 글로벌 기업이 본사를 포함해 세계 사옥 회의실에 로지텍의 장비를 도입했다.

로지텍코리아는 올해부터 국내 화상회의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한국 시장 공략 전략은 협업이다. 마이크로소프트, 델과 손잡고 ‘프리미엄 협업 솔루션’을 내놨다. 로지텍의 카메라·오디오 등 주변기기와 델의 모니터·미니PC, MS의 클라우드·운영체제 등으로 구성했다.

신 사업부장은 “합리적인 가격에 설치해 사후관리 부담이 없어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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