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호기 기자 ] 미국 중앙은행(Fed)이 3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추세적 인하는 아니다”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국내 채권 시장에서도 실망 매물이 나왔다. 금리인하 기대를 선반영해 떨어졌던 채권 금리는 상승(채권 가격 하락)으로 돌아섰다. 다만 미국에서도 연내 추가 금리 인하가 유력한 데다 국내 기업의 실적 악화, 일본 경제보복 등 경기 하강 리스크가 적지 않아 당분간 채권 시장 강세 흐름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17%포인트 상승한 연 1.309%로 마감했다. 전날 연 1.292%를 기록해 올 들어 처음으로 연 1.3% 선을 밑돈 지 하루 만에 다시 올라섰다. 만기 20년 이상 중장기 국고채 금리보다 10년 이하 중·단기 금리의 상승폭이 더 컸다.
이는 파월 의장의 입장이 예상보다 덜 ‘비둘기(통화 정책 완화)’적으로 나타났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Fed의 기준금리 인하(연 2.25~2.5%→연 2.0~2.25%)가 발표된 후 미국 채권 시장에서도 1, 2, 3년 만기 국채(TN) 금리가 0.01~0.02%포인트씩 올랐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이번 금리 인하를 미·중 무역분쟁 악화에 대비한 ‘보험용’이라고 주장했던 Fed 입장에서야 당연한 결과겠지만 이보다 큰 폭의 인하를 기대했던 시장 참여자들에겐 다소 실망스러웠을 것”이라며 “다만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한 미국 균형 기준금리가 대략 연 2.0%로 추정되는 만큼 Fed가 9월께 금리를 한 차례 더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국내 채권 시장도 여전히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에 베팅하는 분위기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신중론으로 돌아서면서 한은도 당장 이달 금리를 내리지는 못하겠지만 9월 이후 추가 인하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연내 기준금리가 연 1.25%까지 떨어진다면 3년 만기와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각각 사상 최저점인 연 1.20%와 연 1.38%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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