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경 기자 ] TV에서 드라마 한 편을 보기 위해선 여러 편의 광고를 보며 기다려야 한다. 이메일을 확인하려고 인터넷을 열어도,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뜨는 많은 광고 창을 닫아야 한다. 한편에선 통제 불능의 광고로부터 느끼는 피로를 씻어주기 위해 광고를 서서히 없애는 작업도 일어나고 있다. 넷플릭스는 회원제를 채택해 광고 없는 서비스를 선보인다. 유튜브도 15초 광고 없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내놓았다.
《주목하지 않을 권리》는 사람들의 주의를 사로잡기 위해 진화하고 있는 광고산업의 실체를 파헤치며, 무절제한 광고 확산을 막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인 팀 우다.
저자는 광고산업을 ‘주의력 산업’이라고 규정한다. 광고산업은 다양한 형태를 취하며 새로운 편의와 오락거리를 안겨주는 대가로 우리의 깨어 있는 순간과 그 순간의 관심을 획득한다. 그는 “광고산업은 신문, 잡지에서 라디오, TV를 거쳐 컴퓨터, 스마트폰으로 매체가 달라짐에 따라 늘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해왔다”며 “우리의 관심을 확보해 기업, 정부 등에 팔아넘겨왔다”고 주장한다.
최근엔 생활에서 차단하기 어려운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해 각 개인을 타깃으로 한 광고가 쏟아지고 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검색한 것을 추적해 매번 새로운 상품을 보여주기도 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스스로 광고 매개체가 돼 활동하기도 한다. 광고가 아닌 척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이나 맛집 사진을 찍어 올린다. 이로 인해 현대인들의 주의력이 위기에 처했다는 게 저자 진단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은 ‘호모 디스트렉투스(산만한 인간)’가 돼 강박적으로 자신의 휴대폰 등을 바라보고, 자극적인 광고를 실컷 감상하며 의미 없는 시간을 흘려보낸다는 것이다.
저자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 되찾기 프로젝트’라고 주장한다. 그는 “주말과 같은 특정 시간을 떼어놓고 주의력 산업의 영향에서 벗어나 시간을 보내는 게 좋다”며 “단순하지만 점진적인 변화가 쌓이면 의미 있는 하나의 운동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팀 우 지음, 안진환 옮김, 알키, 576쪽, 2만5000원)’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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