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물고기 우울증…동물도 감정을 느낀다

입력 2019-08-01 17:41   수정 2019-08-02 02:28

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


[ 유재혁 기자 ] 암컷 침팬지의 생식기가 부풀어 오르자 수컷들이 교접하기 위해 몰려왔다. 암컷이 보는 앞에서 수컷들은 몸싸움보다 서로 털고르기를 해줬다. 한 침팬지는 오랫동안 털고르기 서비스를 받은 대가로 다른 침팬지가 암컷과 짝짓기하도록 허락했다. 암컷은 인내심을 갖고 수컷끼리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기다렸다. 수컷들도 대단한 자제력을 보여줬다.

《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은 ‘동물들이 충동적으로 행동할 것’ ‘강한 수컷만이 암컷을 독차지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사실과 다름을 알려준다. 서열이 낮은 수컷도 서열이 높은 수컷에게 털고르기를 해준 뒤 암컷과 짝짓기 기회를 얻었다. 침팬지들은 각자 주어진 환경에서 자제심을 발휘해 무리의 평화를 지켜냈다.

세계적인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 발이 쓴 이 책은 동물이 인간과 비슷한 감정과 정신세계를 지녔음을 밝혀낸 저서다. 저자는 “동물도 인간처럼 감정에 따라 생존을 위한 최선의 행동을 하는 존재”라며 “인간과 동물이 번성하고 진화하는 데 가장 강력한 무기는 감정”이라고 주장한다. 동족의 죽음을 애도하는 침팬지, 물고기의 우울증, 고양이의 가짜 분노, 박애주의 정신의 보노보 등 다양한 사례를 증거로 제시한다.

저자는 침팬지, 개, 고양이, 조류, 말, 물고기뿐 아니라 갑각류와 식물까지 직접 관찰하고 실험한 결과를 통해 동물에게도 공감과 동정, 죄책감과 수치심 등 고도의 감정이 있음을 알려준다.

인간만이 얼굴에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도 틀렸다고 지적한다. 다른 영장류도 찡그릴 때 사용하는 근육을 지녔으며 분노를 느낄 때 이 근육들이 수축한다는 것이다. 영장류는 웃을 때 이빨을 드러내고, 간질임을 당하면 목이 쉰 듯한 소리로 낄낄거리며, 좌절을 느끼면 입술을 삐죽 내민다. 저자는 “감정의 기원은 인간 이전에 다른 동물들에서 찾을 수 있다”며 “동물의 감정을 이해한다면 인간의 본성도 올바로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충호 옮김, 세종서적, 468쪽, 1만9500원)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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