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기술 R&D 세액공제 확대
기부문화 활성화도 기대해볼 만
강병구 < 세제발전심의위원장·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업황 둔화에 이어 일본의 수출규제까지 대외 여건이 악화되면서 한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9년 세법 개정안에는 ‘활기찬 경제’에 방점을 두고 투자·소비 활성화를 위한 여러 방안을 포함시켰다. 재정, 통화 등에 이어 세제 측면에서도 경제 활력을 회복하겠다는 정부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을 한시적으로 강화한 점이 눈에 띈다. 자동화 설비 등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1년간 한시적으로 올렸다. 대기업은 1%에서 2%, 중견기업은 3%에서 5%, 중소기업은 7%에서 10%로 높여 투자 유인을 강화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투자세액공제 대상인 생산성 향상 시설과 안전시설의 범위를 확대했다.
소비 측면에서는 내국인의 면세점 구매한도를 3000달러에서 5000달러로 확대했다. 외국인 관광객 사후면세점 즉시환급 총구매액 한도는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건당 한도는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늘렸다. 외국인 관광객의 미용성형 의료 및 숙박 용역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특례 적용 기한도 1년 연장한다.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근본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핵심 소재 기술의 경쟁력 강화 필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핵심 소재·부품·장비 관련 기술에 대한 신성장·원천기술 연구개발(R&D) 비용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바이오베터(기본 바이오의약품의 효능을 개선한 것) 기술, 시스템 반도체 설계·제조 기술 등을 세액공제 대상에 넣었다. 세액공제 이월 기간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했다. 또 창업중소기업 세액감면 적용 대상 업종에 대부분 서비스업을 추가했다.
이번 세법 개정안은 ‘공정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 포용성·공정성을 강화했다. 공평과세 강화는 올 상반기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에서 권고한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특히 공익법인의 투명성과 공익성을 강화하는 개정 내용은 궁극적으로 기부문화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정기부금단체 추천 및 사후관리를 체계화하기 위해 관리 주체를 각 주무관청에서 국세청으로 일원화했다. 투명성 제고를 위해 결산서류 의무공시 및 외부감사 적용 대상 범위를 확대했다. 공익성 확보를 위해 의무지출 제도(수익용 자산의 일정 비율을 공익 목적에 의무적으로 지출) 적용 대상을 늘렸다.
그간 설립 목적에 맞지 않는 자금 운용 등으로 공익법인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져 기부문화 활성화에 악영향을 초래하기도 했다. 국민이 기부한 돈이 목적에 맞게 사용될 수 있도록 공익법인의 공익·투명성 제고 노력은 강화돼야 한다.
지주회사 현물출자 시 양도차익 과세특례 방식을 변경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지주사로의 조속한 전환을 유도하는 내용도 세법 개정안에 담겼다. 과도한 세제 지원을 적정화했고 국세청 과세 정보를 행정기관이 공유해 과징금 부과·징수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공정경제 실현이란 측면에서 중요한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재정개혁특위에서 권고한 과제 중 일부가 포함되지 않은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혁신적 포용국가를 위한 중장기 조세개혁 과제로 추진돼야 한다. 이번 세법 개정안의 목표인 ‘활기찬 경제, 공정한 사회’가 달성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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