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도레이 공급 끊으면 효성 국산 탄소섬유로 대체
전기차 배터리도 일본 영향력 없어
일본 정부가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다양한 산업군에 악영향이 불가피하지만 자동차 산업에서는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탄소섬유가 수출규제 품목에 추가될 전망이다. 자동차는 내연기관을 포함해 대부분 기술이 국산화를 마친 상태기에 일본의 수출규제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만 수소차와 전기차 등에는 일본에 의존하는 부분이 있어 일각에서는 타격을 우려했다.
수소차와 전기차는 미래형 자동차로 불리며 꾸준히 판매량이 늘고 있다. 한국이 가장 앞선 기술을 보유한 수소차는 폭발성 높은 수소 기체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수소탱크를 핵심으로 한다. 수소탱크의 재료는 일본 기업의 탄소섬유다.
현대자동차는 수소탱크를 국내 중견기업인 일진복합소재에서 공급받는데, 일진복합소재는 일본 도레이로부터 탄소섬유를 받아 수소탱크를 만든다. 철보다 10배 강하지만 4배 가벼운 초경량 고강도 소재이기에 대체하기는 불가능하다.
일본 기업들의 탄소섬유 기술이 세계에서 제일 뛰어난 것은 사실이다. 무역위원회의 '2018년 탄소섬유 및 탄소섬유 가공 소재 산업 경쟁력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전문가들의 평가에서 일본의 탄소섬유 기술경쟁력은 99점이 메겨졌다. 미국과 독일은 89점, 한국은 73점이었다. 품질경쟁력에서도 일본은 99점을 받았고 독일이 92점, 미국이 91점, 한국은 79점을 받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일본이 규제에 나서더라도 탄소섬유 공급에 큰 문제는 없다고 평가한다. 우선 수출 규제가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있다. 일본 도레이는 한국에 위치한 자회사 도레이첨단소재를 통해 한국에 탄소섬유를 공급한다. 한국에서 생산된 탄소섬유가 한국에서 유통되는 셈이다.
도레이첨단소재가 일본에서 중간재료인 프리커서(원료섬유)를 수입하고 있지만, 프리커서는 수출 규제 대상인 전략물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도레이첨단소재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프리커서 재고를 확보하고 프랑스에 있는 도레이 자회사로부터 프리커서를 공급받는 안도 검토 중이다.
또한 현대차와 일진복합소재는 한국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탄소섬유를 생산하는 효성과도 지난해부터 협력하고 있다. 일본의 규제가 확대되면 도레이 탄소섬유를 사용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다. 현대차 측은 이미 대체재 연구가 끝났고, 인증만 받으면 국산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산 탄소섬유를 적용하려면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인증을 받는데 6개월이 필요하고 양산 테스트 등도 이뤄져야 한다. 효성첨단소재의 생산설비도 내년 2월에야 연산 4000t 규모 증설이 완료된다. 당장 대체는 불가능하지만, 도레이첨단소재에서 재료를 비축하고 있는 만큼 큰 문제는 없다는 분석이다.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에 일부 일본 소재가 사용된다. 다만 국내 기업도 만들고 있을 정도로 대체재가 많고 일본산 비중이 낮아 큰 문제는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터리 원가의 90%를 차지하는 4대 소재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 등이 있다. SNE리서치는 보고서를 통해 "배터리 4대 핵심소재의 일본 의존도는 높지 않고 대체재 역시 많다"고 평가했다.
일본 기업이 세계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는 소재도 있다. 배터리에 사용되는 알루미늄 파우치 필름은 일본 DNP, 쇼와덴코가 세계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배터리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낮고 제품 생산 난이도도 떨어져 국내 업체들이 개발하고자 하면 언제든 만들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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