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전면전' 공포 확산…"3분기 내 침체 닥친다"

입력 2019-08-04 15:04   수정 2019-08-05 01:34

트럼프 "내달 중국산 추가 관세"
월가 "실물경기 충격 더 클 것"



[ 김현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중국산 수입품 3000억달러에 대한 관세가 9월 발효될 경우 미국의 경기 침체를 앞당기는 등 세계 경제에 파괴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국제 유가가 수요 감소로 반 토막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관세 충격으로 미국 내 아이폰 수요가 연간 600만~800만 대까지 감소할 것이란 관측이 나와 애플의 주가가 급락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2일 보고서를 내고 지난해부터의 트럼프 대통령 행보와 양국 간 이견을 감안할 때 9월 추가 관세 시행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세율이 10%에서 25%로 인상되고, 4~6개월가량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되면 3개 분기 내로 침체가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관세는 애플 아이폰을 포함한 스마트폰, 노트북 등 전자기기와 신발, 의류, 장난감 등 소비재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거의 모든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가 부과되는 셈이다.

모건스탠리는 3000억달러 물량의 수입품은 소비재와 자동차·부품 비중이 68%에 달해 실물경기에 대한 충격이 앞서 2500억달러 규모에 대한 관세와 차원이 다르게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추가 관세로 2020년 미국 내 아이폰 판매량이 600만~800만 대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이폰 판매 감소로 애플 순이익이 올해 4%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되면서 애플 주가는 이틀 연속 2% 이상 내렸다. 사라진 시가총액만 400억달러가 넘는다.

미국에서 팔리는 신발의 70%가 중국산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나이키가 이날 3% 떨어지는 등 운동용품 업체 주가도 급락했다. 릭 헬벤베인 미국의류신발협회(AAFA) 회장도 “관세는 미국 소비자에 대한 세금”이라고 지적했다. 유통업체의 타격도 예상되면서 미국 최대 전자제품 소매 체인 베스트바이는 10% 넘게 급락했다. 또 중국산 수입품이 대다수인 장난감 업체에 대한 매물도 쏟아졌다. 하스브로가 5%, 마텔도 7% 내렸다.

씨티그룹은 9월 10%의 관세가 계획대로 강행되면 무역의 불확실성을 높이면서 기업 투자와 민간 소비 등 경제 전반에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경기 하강으로 원유 수요가 위축돼 국제 유가가 반 토막까지 폭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 원유 수요 증가 폭이 10년 내 최저치로 떨어진 가운데 추가 관세가 하루 25만~50만 배럴의 수요를 감소시키면 배럴당 60달러 선인 브렌트유가 30달러까지 내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도이체방크는 관세가 부과될 경우 높아진 양국 긴장을 완화할 방법이 많지 않다고 우려했다. 도이체방크는 “중국은 2020년 미국 대선 결과를 기다리겠지만, 경제는 향후 몇 분기 동안 컨센서스를 밑도는 하방 리스크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은 이날 미국의 관세 위협에 보복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보잉기 구매 취소 △미국 기업에 대한 더 많고 엄격한 조사 △사업 라이선스 발급 지연 등이 가능하지만 자국 경제를 해치지 않고 반격할 수 있는 옵션은 제한적이라고 보도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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