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式 현장경영…'반도체 끝단'부터 점검

입력 2019-08-06 17:57   수정 2019-08-07 02:08

'日 보복' 비상경영회의 이후
첫 방문지는 온양사업장



[ 황정수/고재연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일 예고한 ‘현장경영’의 첫 방문지로 충남 온양사업장을 선택했다. 온양사업장은 반도체 후(後)공정(실리콘 원판인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고 칩을 완성한 이후의 모든 공정) 중 패키징(칩에 보호물질을 씌우고 입출력 단자를 연결하는 공정) 라인이 있는 곳이다. 이 부회장은 일본 경제 보복 대응 전략을 보고받고 신기술 개발 현황을 점검했다. 경제계에선 이 부회장의 온양 방문에 대해 ‘반도체 사업 끝단인 후공정 라인부터 시작해 생산의 전 과정을 세심하게 챙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란 해석이 나온다.


6일 경제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충남 아산에 있는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을 방문해 반도체 경영진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엔 김기남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백홍주 TSP(테스트&시스템패키지)총괄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선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대응 전략과 함께 차세대 패키징 기술 개발 방향 등을 논의했다.

삼성 안팎에선 이 부회장이 온양사업장을 첫 방문지로 택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차세대 패키징’ 기술의 중요성을 염두에 두고 첫 방문지를 골랐다는 해석이 나온다.

작년 말 삼성전자는 패키징 관련 조직을 모아 ‘TSP총괄’을 신설했다. 지난 5월엔 삼성전기에서 패키징 신기술인 PLP(패널레벨패키지)사업을 7850억원에 양수했다. 삼성이 보유한 PLP 기술은 인쇄회로기판(PCB) 없이 칩에 단자를 연결할 수 있어 반도체를 보다 얇게 만들 수 있다. 삼성전자의 PLP 공정이 발전할수록 반도체가 들어가는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두께는 더욱 얇아질 수 있다.

최근 PLP 기술을 적용한 반도체는 자동차 전장(전기·전자 장치)용 반도체와 5세대(5G) 이동통신 모듈 등에 적용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차세대 먹거리’로 선정한 사업에 PLP가 활용된다는 점도 감안해 첫 번째 방문 사업장을 고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반도체 사업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사업은 회로 설계와 공정 미세화뿐만 아니라 생산 공정의 가장 마지막 단계인 검사와 패키징 과정까지 완벽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며 “위기 상황을 맞아 이 부회장이 주력 사업을 시작부터 끝까지 살피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온양사업장 점검을 마친 뒤 곧장 천안사업장을 방문했다. 이 부회장은 방진복을 입고 공장 안으로 들어가 반도체 패키징 라인을 점검하고 기술 개발 현황을 보고받았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일 전자 계열사 경영진을 긴급 소집해 “(일본 보복에 대해) 긴장하되 두려워 말자”는 메시지를 전한 뒤 현장경영을 이어갈 것이란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황정수/고재연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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