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화웨이 기류에 양국 신경전
[ 강동균 기자 ] 미국과 전면적인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영토 및 화웨이 문제를 놓고 인도와도 갈등을 빚고 있다. 중국과 인도는 2017년 부탄과 국경선이 만나는 티베트 둥랑(부탄명 도클람, 인도명 도카라) 지역에서 두 달 이상 대치하며 군사 충돌 직전까지 간 적이 있는데 또다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또 인도에 5세대(5G) 이동통신 사업에서 화웨이 제품을 배제하면 제재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다시 불거진 영토 문제
중국 외교부는 인도 정부가 지난 5일 잠무 카슈미르주(州)의 특별자치권을 폐지하고 잠무 카슈미르와 라다크로 분리해 중앙정부가 직접 통치하겠다고 결정한 데 대해 7일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잠무 카슈미르 동쪽에 있는 라다크는 중국과 맞닿은 곳이다.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인도가 양국 국경 서쪽의 중국 영토를 인도의 행정관할구역으로 포함하는 것을 줄곧 반대해왔다”면서 “이런 입장은 확고하며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인도 정부가 자국법을 일방적으로 개정하는 방식으로 중국의 영토 주권을 훼손하는 행위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인도 정부의 이번 결정은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인도는 즉각 반발했다. 라비시 쿠마르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라다크를 중앙정부 직할지로 지정한 것은 국내 문제”라며 중국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인도가 다른 나라의 국내 문제를 언급하지 않듯 다른 국가도 그러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인도가 실질적으로 관할하는 라다크의 영유권을 놓고 양국은 1962년 무력 충돌을 빚었다. 이후에도 여전히 국경 분쟁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2017년 8월 인도와 중국이 각각 3분의 1과 3분의 2를 분할 통제하는 라다크의 판공(班公) 호수 인근에서 양국 군인 간 난투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앞서 같은 해 6월엔 중국과 인도, 부탄 3개국 국경선이 만나는 둥랑에서 중국군이 도로 건설 공사를 하자 인도군이 이에 반대하면서 양측 군인 수천 명이 73일간 무장 대치하기도 했다.
화웨이 제재로도 갈등
인도가 5G 이동통신망 구축 작업에 들어간 가운데 중국은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동참하지 말라”며 인도를 압박했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최근 비크람 미스리 중국 주재 인도대사를 불러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퇴출시키려는 미국의 조치에 우려를 나타내면서 이같이 요구했다. 한 소식통은 “이 자리에서 중국 외교부는 인도가 화웨이를 배제하면 중국에 진출한 인도 기업에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인도는 조만간 5G 시범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인도 현지 이동통신 회사와 함께 진행하는 이 사업에는 화웨이를 비롯해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 등 6개 기업이 제안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사이에서 눈치를 보고 있는 인도는 아직까지 화웨이 참여에 대한 공식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인도 정부 일각과 업계에선 화웨이 참여를 반대하는 기류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오는 10월 인도 북부 바라나시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초청해 비공개 회담을 할 예정이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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