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내 갈등·과업 회피 경향
혁신 실패 가능성 높여
연봉 1달러 받은 잡스처럼
변화에 동참하는 리더돼야
직원 가슴 움직일 때 혁신 성공
변화와 혁신은 기업의 숙명이다. 변하지 않고서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시도들이 성공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의 변화·혁신 성공률은 35%에 불과했다. 왜 열 곳 중 일곱 곳은 실패했을까.
우선 조직 내에 갈등과 과업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면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리더가 이런 현상을 미리 발견하려면 스나이퍼처럼 현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 예컨대 회의할 때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지 말고 지켜보자. 겉도는 대화만 이어진다면 갈등 회피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더 위험한 건 과업 회피다. 눈치채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문제가 제기됐는데도 이상이 없다고 보고하거나 한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면 의심해봐야 한다. 조직 관행을 앞세우며 개선 작업을 방해한다든지, 실질적인 권한이 없는 위원회나 태스크포스(TF)팀을 설치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두 번째로 리더는 변화와 혁신을 둘러싼 이해 관계자들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협력자와 권위자, 회의론자, 반대자, 피해자 등이 있다. 대개 리더는 협력자 및 권위자를 중심으로 변화와 혁신을 추구한다. 하지만 혁신에 성공하려면 회의론자와 반대자, 피해자도 찾아 그들의 상황을 해석해야 한다.
리더는 회의론자가 지적하는 맹점과 허점을 실행안에 반영해야 한다. 협상과 설득을 통해 반대자를 지지자로 만들어야 한다. 혁신으로 손해를 보는 피해자에게는 손실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주는 게 좋다. 협력자와 권위자에게만 기대는 변화와 혁신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리더는 변화와 혁신에 대한 신념도 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직 구성원은 다시 안정을 추구하게 된다. 변화하려는 움직임이 더뎌진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조직 구성원에게 변화와 혁신에 대한 신념을 지속적으로 떠오르게 하는 것이 좋다. 조직 문화 캠페인이나 이벤트를 펼치는 것도 방법이다.
변화에 따른 손실을 기꺼이 감수하는 리더의 자세는 변화와 혁신의 동력을 키운다. 존 챔버스 전 시스코 회장은 2001년 직원 6000명을 해고하면서 자신의 연봉을 1달러로 낮췄다. 고(故) 스티브 잡스는 1997년 도산 직전인 애플에 복귀한 이후 2011년 사망할 때까지 연봉 1달러를 받았다. 리더가 변화에 동참한다는 느낌을 받으면 구성원들은 진정성에 공감하고 가슴으로 변화를 받아들이게 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제자들에게 어깨를 흔드는 간단한 일을 매일 해보라고 했다. 언뜻 우스워 보이는 모양새에도 제자들은 소크라테스를 잘 따라줬다. 한 달 뒤 소크라테스가 제자들에게 어깨 흔들기를 계속하고 있는지를 질문하니 90%가 ‘하고 있다’고 했다. 그로부터 1년 뒤 소크라테스가 물었을 때는 단 한 명, 플라톤만이 어깨 흔들기를 계속하고 있었다. 쉬워 보이는 일을 끊임없이 지속한 것이 플라톤과 나머지 제자들의 차이였다.
기업 변화와 혁신은 조직 구성원의 가슴을 움직여야만 성공할 수 있다. 당신은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을 끌고나갈 준비가 돼 있는가.
양신혜 IGM 세계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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