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사업 진행 계획은 없었다"
[ 전형진 기자 ] 한국감정원이 ‘부동산 매물정보 제공’ 계획을 철회했다. ‘치킨게임’을 우려한 민간업체들의 반발을 의식해서다.
8일 감정원은 이날부터 시작할 예정이던 네이버 부동산 매물등록 서비스를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본지 보도로 감정원이 온라인 매물 사업에 나선다는 게 알려진 지 반나절 만이다.
▶본지 8월 8일자 A25면 참조
현재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엔 등록한 협력업체(CP)만 부동산 매물을 올릴 수 있다. 대부분은 부동산 정보업체다. 감정원의 자회사 케이에이비파트너스는 올봄 일찌감치 네이버 CP사 등록과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매물검증센터 가입을 마쳤다. 감정원 관계자는 “협력 중개업소 지원책의 일환으로 계획했던 서비스”라며 “민간업체처럼 수익사업으로 진행할 계획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민간업체들이 감정원의 매물정보 사업 진출을 우려한 것은 수수료 때문이다. CP사는 중개업소에서 수수료를 받아 포털에 매물을 등록한다. 하지만 감정원은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우수 협력업소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다. CP사로 참여한 한 정보업체 관계자는 “안 그래도 출혈 경쟁이 심한 온라인 매물 시장에 무료 서비스까지 등장하면 공멸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허위 매물을 단속하기 위해 감정원을 앞세웠다는 추측도 나온다. 이달 초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은 허위 매물 등록이나 과장 광고를 한 중개업소를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국토교통부는 이 권한을 감정원에 위탁하기로 결정했다. 현재는 KISO가 유선과 현장 검증을 거쳐 허위 매물을 걸러내지만 단속에 한계가 있다. 사업자들이 모인 자율기구이다 보니 제재 수준이 매물 등록 제한과 공정거래위원회 통보에 그치기 때문이다. KISO에 따르면 올 2분기 허위 매물 신고는 2만892건으로 전분기 대비 21% 늘었다.
한 CP사 관계자는 “감정원이 본격적인 허위 매물 단속을 앞두고 시세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매물정보 제공 사업에 진출하려고 했다”며 “가격정보를 제공하면서 단속 권한까지 갖는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감정원 관계자는 “협력 중개업소를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은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감정원에 시세정보를 제공하는 협력 중개업소는 전국 5976곳이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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