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우거나, 손잡거나 금융사, 앞다퉈 중고차 거래 플랫폼 진출

입력 2019-08-08 17:26   수정 2019-08-09 02:01

지난해 중고차 377만대 거래
신차 거래규모의 두 배 수준

중고차 플랫폼 경쟁 치열



[ 정지은 기자 ] 연간 거래량이 370만 건을 넘는 중고차 시장에 금융회사가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캐피털 업체가 중고차 전문업체와 ‘쌍벽’을 이룰 정도로 시장 존재감을 키운 가운데 은행, 카드사도 잇달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중고차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관련 금융거래 규모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고차 플랫폼 동맹 잇달아

최근 중고차 금융시장 경쟁에 불을 지핀 대표적 금융사는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이다. 두 곳 모두 기존 중고차 전문 플랫폼과 동맹을 맺고 중고차 금융시장에 뛰어들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달 중고차 경매 전문업체인 카옥션과 자동차 플랫폼 제휴를 맺었다. 카옥션이 운영하는 중고차 플랫폼을 통해 KEB하나은행의 금융 서비스를 연내 선보이기로 했다. 600여 개 매매 업체를 경매 참여 회원으로 둔 카옥션의 사업 기반을 활용하면 빠르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중고차 구매부터 판매, 재구매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융 수요를 끌어모은다는 목표다.

신한은행은 등록 매물 규모 5위 중고차 플랫폼인 AJ셀카와 손을 잡았다. 지난해 10월부터 신한은행 모바일 플랫폼 ‘쏠(SOL)’에 ‘마이카 혜택 존’을 마련했다. 이곳을 거쳐 중고차를 사고팔면 혜택을 주고 있다. 무료 운전자보험(1년)과 4만원 상당의 정비 쿠폰을 제공한다. 판매 땐 수수료를 면제해준다.

중고차 금융시장은 매력적인 수익처라는 게 금융사들의 분석이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경제 상황이 불확실한 와중에 합리적인 소비를 중요하게 여기는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중고차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차 거래(자동차 이전 등록) 규모는 377만 대로 신차 거래(184만 대)보다 두 배가량 컸다.

우리카드도 중고차 플랫폼 출시

중고차 금융시장에 샛별처럼 나타나 판을 흔든 금융사도 있다. 지난 2월 KB캐피탈이 운영하는 중고차 거래 플랫폼 ‘KB차차차’의 등록 매물은 10만7000여 건으로 전통 강자 ‘SK엔카’(10만5000여 건)를 앞섰다.

KB캐피탈 관계자는 “헛걸음 보상, 환불 보상 등 색다른 서비스가 통한 것 같다”며 “2016년 6월 출시 후 꾸준히 서비스 고도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KB캐피탈은 지난해 인공지능(AI) 시세관리 기능을 적용한 ‘KB차차차 2.0버전’을 내놨다. 연말에는 이용 고객군을 넓히기 위해 국민은행, KB국민카드의 금융 서비스를 추가한 3.0 버전을 출시할 계획이다.

우리카드는 내달 ‘카(car)정석’이라는 자동차 전문 플랫폼을 출시한다. 올초 외부에서 중고차 전문가 2명도 새로 영입했다. 그동안 신차, 리스, 렌털 부문만 취급하던 자동차 할부금융 사업을 중고차로 넓힌다는 방침이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3~4년 내 중요 수익원으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카드의 자동차 플랫폼 ‘다이렉트 오토’에선 지난달 중고차 시세조회, 판매 서비스를 추가했다.

금융사들이 가세하면서 중고차 거래 플랫폼의 편의성이 올라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물로 올라온 중고차의 사고 이력 조회는 기본 서비스다. 차량 번호만 입력해도 현재 시세는 물론 3년 후 시세까지 알아봐준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차별화된 서비스로 무장하면서 기존 중고차 전문 플랫폼도 신규 서비스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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