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경 기자 ] 한국 부모들의 관심은 온통 입시 교육에 쏠린다.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해 돈을 많이 벌길 원해서다. 그런데 정작 아이들에게 ‘돈’을 가르쳐주진 않는다. ‘아이에게 무슨 돈 이야기냐’ ‘크면 저절로 알게 된다’며 등한시한다.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의 ‘2016 전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금융이해력은 경제 일선에서 물러난 60대보다 낮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빚 수렁에 빠진 젊은이도 많다.
<하마터면 돈 모르고 어른 될 뻔했다>는 부모들에게 아이들이 돈의 가치와 사용법을 제대로 알 수 있게 하는 다양한 교육법을 소개한다. 저자는 하수정 한국경제신문 마켓인사이트부 기자다.
하 기자는 2년간 미국에 머물며 그곳의 경제 교육이 우리와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미국에선 돈 버는 법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이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하고, 학교에선 펀딩을 시킨다. 이런 ‘돈 공부’의 목표는 ‘부자 되기’가 아니다. 아이를 독립적이고 합리적인 경제인으로 키우는 것이다.
돈 공부를 시작하기 전 아이들과 함께 ‘가족 인생 설계도’를 작성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1단계로 가족 인생의 주요 이벤트 표를 만들고, 2단계로 가정의 예상 연간 소득과 연간 지출 그래프를 그린다. 3단계로는 연도별로 가족의 크고 작은 꿈을 적으면 된다. 아이에게 돈과 노동의 관계를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다. 부모가 아이의 첫 번째 고용주가 돼 홈 아르바이트를 시키고, 친지와 이웃집으로 아이의 일터를 확장하면 된다.
아이들이 푼돈이라도 10년, 20년 모으고 관리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독립자금을 마련하는 ‘독립자금 통장’, 하고 싶거나 사고 싶은 것을 위해 돈을 모으는 ‘꿈 통장’, 소비하고 남은 돈을 모아 저금하는 ‘수시입출금 통장’, 자본시장의 메커니즘을 체험시킬 목적의 ‘주식거래계좌’로 나눠 관리하면 더 효과적이다. 저자는 “돈의 가치를 알고 쓰임을 제대로 이해해야 돈의 주인으로 살 수 있다”며 “우리 아이들이 돈 때문에 인생의 행복과 품격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돈을 공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바웃어북, 308쪽, 1만6000원)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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