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업체 AMD가 인텔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번에는 데이터센터 분야다. AMD는 8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데이터센터용(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2세대 에픽(EPYC) 프로세서’를 발표했다. 코드명은 ‘로마’다. 7나노미터(㎚·1㎚=10억 분의 1m) 공정을 도입한 게 특징이다.
인텔의 서버용 CPU는 14나노 공정을 적용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출시할 프로세서 ‘아이스레이크’도 10나노 공정이다. 반도체 공정은 미세화할수록 칩 크기를 줄이고,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시장에서는 AMD가 기술적으로 인텔을 앞서나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MD의 성장 배경에는 리사 수 최고경영자(CEO)가 자리하고 있다. 그는 2012년 IBM에서 AMD로 영입됐다. 비디오게임 시장 등을 공략하며 실적을 개선시켰다. 2014년 AMD의 CEO가 되면서 혁신적인 CPU 개발에 적극 투자했다.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AMD의 CPU ‘라이젠’이 탄생한 배경이다.
AMD는 이후 인텔을 맹추격했다. AMD의 7나노 공정 프로세서가 본격적으로 배포되면 인텔 점유율이 더욱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한국 독일 등 일부 시장에서는 AMD가 CPU 점유율에서 인텔을 넘어섰다는 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국내 전자제품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기준 AMD의 CPU 판매량 점유율은 51.9%를 기록하며 약 47%를 차지한 인텔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독일 마인드팩토리는 올해 1~7월 판매 보고서에서 AMD가 전체 프로세서 판매량의 79%를 차지했고, 인텔 점유율은 21%에 그쳤다고 밝혔다.
인텔은 데스크톱PC용 CPU 가격을 15%가량 인하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MD의 상승세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인텔이 경쟁자인 AMD에 기술적으로 뒤처지기 시작한 상황에서 나온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한 수”라고 분석했다.
인텔은 PC·노트북용 CPU 시장에서 여전히 압도적 점유율을 지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인텔의 점유율은 86%로, 14%의 AMD를 크게 앞질렀다. 그러나 인텔의 점유율이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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