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5G) 이동통신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쩐의 전쟁'을 펼친 이동통신 3사가 2분기에 나란히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불법 보조금 경쟁으로 실적이 고꾸라졌지만 5G 가입자가 늘면서 무선 매출은 호조를 보였다. 상승세를 탄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을 기반으로 하반기엔 실적을 만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LG유플러스를 마지막으로 이통3사의 올 2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됐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모두 작년보다 실적이 나빴다. 그중에서도 마지막으로 실적을 발표한 LG유플러스의 실적이 가장 부진했다.
LG유플러스의 2분기 연결 기준 매출(3조1196억원)은 전년보다 7.3%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48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9.6% 줄었다. 증권업계의 영업익 전망치(1658억원)도 크게 밑돌았다.
5G 설비투자와 마케팅 비용이 영업익을 깎아내렸다. LG유플러스는 2분기에 마케팅 비용으로 5648억원을 지출했다. 전년보다 11.2% 늘었다. 5G 네트워크 투자를 본격화하면서 설비 투자비용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1% 증가한 7300억원을 기록했다.
KT와 SKT도 5G 투자와 마케팅 비용으로 실적이 뒷걸음질쳤다.
KT의 연결 기준 2분기 매출은 6조9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늘었지만 영업익은 2882억원으로 27.8% 감소했다. 매출은 증권업계 추정치(5조9227억원)보다 많았으나 영업익이 추정치(3362억원)에 못 미쳤다.
KT는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5G 사업이 성과를 보이며 전체 매출이 늘어난 반면 5G 네트워크 투자와 마케팅 비용이 늘면서 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SKT는 지난 2일 이통3사 중 첫 번째로 실적을 발표했다. 실적 감소폭이 가장 적었다.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4조43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했고, 영업익은 3228억원으로 6.95% 줄었다. 소폭이나마 증권업계의 영업익 추정치(3199억원)를 유일하게 웃돌았다.
SKT는 마케팅 비용 액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전 분기보다는 3.9% 증가했다고 밝혔다. 증권업계가 예상한 SKT의 2분기 마케팅 비용은 7400억원이었다.
이통3사의 실적 부진은 일찍이 예고됐다. 5G 가입자 유치를 위해 마케팅 비용을 수천억원씩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공시지원금을 최대 70만원까지 경쟁적으로 끌어올렸고, 불법 소지가 있는 판매장려금도 지속 투입했다. 출고가 130만원대인 5G 스마트폰은 삽시간에 '공짜폰'으로 전락했다. 20만~30만원에 달하는 페이백(현금을 되돌려주는 행위)도 성행했다.
불법 보조금 덕에 5G 고객은 빠르게 늘었다. 고가 요금제를 쓰는 5G 고객들이 증가하면서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이 일제히 반등했다.
KT의 2분기 무선 ARPU는 3만1745원으로 전 분기 대비 0.8% 증가했다. 2018년 2분기 이후 1년 만에 반등했다. LG유플러스도 ARPU가 2017년 2분기 이후 8분기만에 성장세로 돌아섰다. 1분기 3만1051원에서 2분기 3만1164원으로 전 분기보다 0.4% 증가했다. SKR 역시 무선사업 ARPU가 전 분기 대비 0.4% 증가한 3만755원을 기록,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ARPU 반등으로 하반기 실적에는 기대감이 실린다. 여전히 막대한 마케팅비 지출이 예상되지만 5G 가입자와 ARPU가 나란히 증가하면서 실적을 받쳐줄 것이란 전망이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10 등 전략 스마트폰이 다수 출시되면서 통신사 마케팅 경쟁 강도가 다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분위기로 봐서는 3분기 마케팅 비용은 소폭 증가에 그칠 것"이라며 "이동전화 ARPU가 상승 반전해 3분기는 영업이익 증가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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