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 가격 폭락에도 유통 비용 탓에 체감 못 해
최근 고랭지 무, 배추 가격 폭락으로 강원 고랭지 채소밭에서는 농민들이 출하를 포기하고 산지에서 폐기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농민들이 애지중지 키운 채소를 밭에서 갈아엎고 있으나 정작 소비자들은 채솟값 폭락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농민들이 가격이 폭락한 채소를 산지 폐기 하는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무의 경우 보통 1평(3.3㎡)당 1박스(20㎏)가 나오는데 어림잡아 무밭 1평을 산지 폐기하는 데 3000원이 든다고 하면 포장비, 운송비, 인건비는 4000원으로 더 많이 든다.
저장하려고 해도 저장시설이 없는 농가가 대부분인 데다 일단 저장시설에 들어가면 폐기 시 산업폐기물로 분류돼 폐기물 가격에 1t당 10만∼12만원이 나온다.
요즘처럼 장마와 폭염이 반복되면 멀쩡한 무도 며칠 지나면 썩어버린다. 썩어가는 무밭을 그대로 방치하면 무름병과 여러 병해충이 발생해 이모작마저 불가능하게 된다.
지자체나 정부 입장에서도 먹거리를 폐기한다는 게 기분 좋은 일이 아니지만 농업인을 보호하고 비용을 아끼려면 산지 폐기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9일 기준 가락시장에서 거래되는 상급 무 1상자(20㎏) 가격은 6318원이다. 지난해 같은 날 2만3623원과 비교해 3분의 1에도 못 미치고 평년가격인 1만4247원과 비교해도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배추 역시 상급 1망(10㎏)에 6000∼7000원대에 거래돼 평년보다 25%가량 낮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가격 폭락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고랭지 채소 유통은 농업인→산지유통인 또는 농협→도매시장 또는 가공업체 납품 순으로 이뤄진다.
도매시장으로 가는 경우 지금처럼 낙찰가가 6000원이라면 막상 소비자가 마트에 가보면 가격이 1만5000원이다.
직거래를 거쳐 소비자에게 공급하지 않는 이상 도매시장에서 경매사→중도매인→판매인 과정을 거치다 보면 경매가가 아무리 낮아도 소비자 가격 변동을 체감하기 어렵다.
고랭지 채솟값이 바닥을 치는 이유로는 크게 과잉 생산, 저장량 과다, 소비 부진이 지목된다. 배추와 무의 경우 올해 작황이 좋아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늘었다.
강원도에 따르면 고랭지 무는 지난해 6만7000t이 생산됐으나 올해는 10만5000t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록적인 폭염으로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금값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풍년의 역설'이 일어났다.
게다가 고랭지가 아닌 남쪽에서 생산된 노지 무와 배추가 저장시설로 들어갔다가 고랭지 채소 출하 시기에 시장에 나오면서 가격 하락을 부채질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기상이변으로 작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고 올해는 추석도 빨라 상황을 지켜보며 수급 물량을 조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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