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전망] 유료방송도 '규모 경제' 살릴 수 있어야

입력 2019-08-11 17:38  

"유료방송 지역사업권 의미 퇴색
넷플릭스·유튜브 공세에도 대비
미디어기업 규모 규제 재고해야"

변상규 < 호서대 문화예술학부 교수 >



유료방송 업계를 둘러싼 합산 규제, 인수합병(M&A) 등 이슈에 대한 논의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미디어 기업의 규모 확대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과 시장환경 변화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룬다.

케이블 방송, 위성방송, 인터넷TV(IPTV) 등의 유료방송은 공익성의 구현과 함께 경제적인 성과까지 추구한다. 정부는 공익성 유지를 위해 규제를 해왔는데 미디어 기업의 규모에 대한 제한도 그중 하나다. 사업자의 규모가 커지면 채널 공급자(PP)나 가입자에게 독점력을 행사할 우려가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는 미디어의 다양성 저해, 여론의 왜곡 등 공익성이 훼손될 수 있다. 규모 확대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었던 배경이다.

그런데 사업자의 규모가 커질수록 비용이 줄어드는 ‘규모의 경제’ 원리는 미디어 기업에도 적용된다. 미국 통신업체 AT&T와 대표적 미디어 기업 타임워너가 합병하는 등 해외에서는 미디어 기업의 덩치 키우기가 일상화돼 있다. 국내에서도 케이블방송 출범 시 전국을 77개 방송권역으로 나누고, 권역별로 지역사업자(SO)를 1개씩 허가했으나 지금은 대부분이 전국 규모의 대형사업자(MSO) 5개로 합병됐다. 그러므로 공익성과 경제성을 조화롭게 추구하는 것이 유료방송산업의 발전에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미국 하원 보고서(1992년)에서도 규제기관(FCC·미국연방통신위원회)이 미디어의 다양성을 유지하면서 경제적 효율성 및 투자유인을 저해하지 않는 합리적인 결합기준을 결정하도록 명령하고 있다.

2016년 SK텔레콤과 케이블 사업자 CJ헬로 사이에 M&A가 추진됐으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불허했다. 당시 공정위는 CJ헬로 소속 SO의 방송권역별 M&A로 인한 경쟁 상황의 변화를 평가했다. 그러나 CJ헬로가 MSO인 점을 감안해 전국 단위로 평가했다면 판결이 달라졌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그러므로 평가의 지리적 범위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케이블 사업의 대부분은 MSO에 의해 전국 규모로 이뤄지고 있고, 유료방송 가입자 중에선 IPTV, 위성 등 전국 사업자들의 비중이 높다. 그래서 지역 사업권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이를 반영해 방송통신위원회도 지난해 전국 단위 시장을 대상으로 경쟁 상황 분석을 추가했다. 그러므로 지리적 범위를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정위 판결 후 M&A 시도가 수면 아래로 잠복했으나 이내 다수의 IPTV 사업자가 MSO의 M&A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와 학계 일각에서는 이를 유료방송 사업의 영세성을 개선하고, 치열해지는 경쟁 환경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시장의 대응으로 본다. 그 과실은 서비스 품질 향상, 가격 인하 등으로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대한 대응 필요성이다. 이들은 인터넷 사업자이므로 규제를 거의 받지 않는다. 콘텐츠 제작·공급 능력도 탁월해 국내에서도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국내 미디어 업계는 우수한 제작 능력과 유통 역량을 갖췄으나 규모 면에서 경쟁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특히 제작비 투입 역량에서 차이가 크다. 미디어가 문화산업임을 고려하면 대처가 필요하다.

미디어 시장구조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그 범위도 큰 상황이다. 정부의 규제도 이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 사업자 간 M&A에 대한 판단에도 이런 변화가 반영돼야 한다. 다만 M&A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

우선 M&A는 반드시 미디어산업의 발전을 지향해야 한다. 즉, M&A 성사 후 미디어 경쟁력의 원천인 콘텐츠에 대한 투자 증대가 전제돼야 한다. 그리고 미디어 사업자의 규모에 대한 규제는 여전히 유효하므로 현 시장 환경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상한선을 다시 산정해 공익성과 경제성을 모두 뒷받침할 수 있는 정부의 대응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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