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투표 결과지에 서명한 순간, 잊을 수 없지요"

입력 2019-08-12 18:01   수정 2019-08-13 03:17

동티모르 독립 '산파' 손봉숙
30일 20주년 기념식 참석



[ 하헌형 기자 ] 동티모르 독립과 민주공화국 탄생의 ‘산증인’으로 꼽히는 손봉숙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이사장(75·사진)이 17년 만에 동티모르를 다시 방문한다. 손 이사장은 오는 30일 동티모르 수도 딜리에서 열리는 ‘독립투표 20주년 기념식’에 한국을 대표해 참석한다.

동티모르는 1975년 포르투갈에서 독립했지만 열흘 만에 인도네시아에 강제 점령됐다. 24년간 피지배를 견딘 뒤인 1999년 8월 유엔의 관리 아래 주민투표를 통해 독립이 결정됐다. 제헌 국회의원 선거를 거쳐 2002년 5월 20일 동티모르민주공화국이 탄생했다. 손 이사장은 주민투표 당시 유엔이 임명한 세 명의 선거관리위원 중 한 명이었다.

손 이사장은 1999년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선거 관련 학술대회에 참가했다가 유엔 선거국 관리 추천으로 동티모르에 가게 됐다. 그는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다”며 “아시아인이고 여성이라는 점이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유엔 선관위원에 임명된 그는 싱가포르와 발리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딜리에 도착한 뒤 매일 헬기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선거 준비가 공정하게 되고 있는지 감독했다.

손 이사장은 “선관위원으로서 중립을 지켜야 해 차마 밖으로 표현은 못했지만 동티모르가 독립하는 것을 보고 싶다는 열망에 가득 찼었다”며 “동티모르인들의 독립 의지는 엄청났다”고 회고했다. 실제로 투표율은 98.6%에 달했으며 78.5%의 찬성으로 독립이 가결됐다. 그는 “투표 결과지에 서명해 코피 아난 당시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낸 순간을 잊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2001년 유엔 선거국이 동티모르 제헌 국회의원 선관위원을 맡아달라고 제안하자 손 이사장은 동티모르에서 다시 4개월을 보냈다. 그는 독립투표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선관위원장을 맡아 88명의 동티모르 제헌 국회의원에게 일일이 서명한 당선증을 수여했다. 그리고 2002년 5월 20일 동티모르민주공화국 선포식에 대한민국 특사단으로 참여해 독립국이 탄생하는 순간을 지켜봤다.

그는 “독립된 나라에 사는 동티모르 사람들이 지금 행복한지 궁금하다”며 “정말 잘 살길 바란다”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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