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 사측과의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협상 결렬을 선언하며 파업을 예고했던 현대자동차 노조가 오늘(13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올해 임단협과 관련해 사측과 교섭을 재개할지와 파업 여부, 일정 등을 논의한다.
하지만 최근 일본의 경제제재로 국내 산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파업에 따른 비난 여론이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아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2일 낸 긴급성명을 통해 "사측이 노조의 핵심요구를 전향적으로 수용하고 일괄 제시안을 내놓는다면 추석 전 임단협을 타결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노조는 휴가 직전인 지난달 30일 전체 조합원 대비 70.5%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고,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려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가 있다.
노조는 휴가 전 "회사가 교섭안을 화끈하게 일괄 제시해야 한다"며 "교섭을 지연시키면 강력한 투쟁으로 돌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노조는 올해 추석 전 타결을 수차례 강조했기 때문에 한 달가량 집중 투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휴가 기간 발생한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결정과 한국 정부 대응 조치 등 양국 간 경제 갈등이 깊어진 상황에서 비상시국에 파업한다는 비판을 의식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 내부에서도 파업과 관련해 현재 한일관계를 고려하고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불거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점도 노조가 파업을 강행하기 부담스러워진 이유로 꼽힌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의 내수와 해외 판매를 합친 전체 판매대수는 247만8761대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4.2% 감소했다. 올해 팰리세이드와 신형 쏘나타 등 신차를 잇달아 출시했지만, 미국과 중국에서의 판매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지난해에 비해 오히려 판매실적이 뒷걸음질한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달부터 미국 시장에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를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팰리세이드는 전량 국내 울산공장에서 생산돼 수출된다.
만약 노조가 비난 여론을 무시한 채 파업에 나선다면 팰리세이드는 미국에서의 판매 물량을 제대로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최근 미국에서 SUV를 중심으로 판매 라인업을 재편해 올해 간신히 판매실적을 반등시키는 데 성공한 현대차는 팰리세이드가 안착하지 못하면 다시 지난해의 부진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노조는 제 잇속을 챙기기 위해 회사의 발목을 잡는다는 거센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여론을 무시하고 파업을 강행할 경우 민주노총 금속노조 전체가 거센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역시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시국과 맞물려 브랜드 이미지 하락 등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 올해 교섭은 통상임금 문제 해결과 임금체계 개편 등 노사가 지난 수년간 논쟁하던 이슈를 다뤄야 해 이른 타결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노조는 올해 교섭을 시작하면서 '투 트랙' 즉, 통상임금·임금체계 개편 문제를 올해 임단협과 분리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어 회사 내·외부 상황을 고려해 교섭은 마무리하되 통상임금 문제 등은 내년으로 넘길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현 노조 집행부가 지난해 교섭에서 2011년 무파업 이후 최소인 두 차례 파업에 그친 점에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기본급 12만3천526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과 당기 순이익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것을 요구했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적용하는 것과 정년을 최장 만 64세로 연장하는 내용 등도 요구안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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