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수출규제+D램값↓' 삼성전자, 위기 탈출 해법 5G서 찾는다

입력 2019-08-13 11:26   수정 2019-08-1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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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진 사장 "삼성, 5G서 큰 사업 기회 창출할 것"
삼성전자, 5G 통신장비 글로벌 1위…화웨이 제쳐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1위, 韓·美서 5G폰 가장 먼저 출시
내달 5G 새 폼팩터 '갤럭시폴드' 재출시, 中과 경쟁





"5G(5세대 이동통신)가 본격적으로 확산할 경우 가져다 줄 수 있는 이익은 한 기업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것입니다. 내년 1분기면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 같은 서구의 국가들도 5G 이용자들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것입니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지난 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새 프리미엄폰인 갤럭시노트10 공개 후 가진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5G가 향후 삼성전자의 큰 사업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며 이같이 설명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삼성전자가 5G 사업을 통해 활로를 찾고 있다. 5G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초부터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사업 분야로 올 들어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화웨이 등 5G 사업 분야의 경쟁자들은 미국의 제재 등으로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이는 5G용 통신장비·스마트폰·반도체를 모두 보유한 세계 유일 기업인 삼성에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 2분기 네트워크사업부 매출은 1조6000억원대로 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IT모바일(IM) 사업부 전체 매출에서 스마트폰 매출을 제외한 수치다.

통신장비를 만드는 삼성전자의 네트워크사업부 매출이 1조원을 넘은 것은 지난해 4분기가 처음으로 올 2분기까지 3분기 연속 증가세다.

삼성전자 내에서 비교적 소규모 조직에 속하는 네트워크사업부 실적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것은 세계적으로 5G 서비스가 움트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통신장비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은 5% 수준으로 중국 화웨이(31%), 스웨덴 에릭슨(27%), 핀란드 노키아(22%), 중국 ZTE(11%)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5G 통신장비로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미국 이동통신장비 시장분석업체 델오로에 따르면 올 1분기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37%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화웨이(28%), 에릭슨(27%), 노키아(8%)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1월 수원사업장에 있는 5G 네트워크 통신장비 생산라인 가동식에 참석하는 등 올해 삼성전자가 5G 사업에 힘을 실은 결과다.

호재도 생겼다. 5G 통신장비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강력한 경쟁사인 중국 화웨이가 미국의 견제로 발이 묶였다.

미국 정부뿐만 아니라 일본 등 미국의 우방국들도 현재 '백도어(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서버에 정보를 불러들이는 것) 의혹'을 이유로 화웨이의 5G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상태다.

이에 따라 화웨이는 5G 통신장비 대부분을 동남아 지역에 판매하고 있다. 실제 태국은 내년 화웨이 장비로 5G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으로 지난 2월부터 통신망을 시험 중이다.

통신장비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반도체 사업에서도 5G가 큰 성장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국내에 이어 5월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을 통해 '갤럭시S10 5G' 판매를 시작했다. 이로써 한국에 이어 미국에서도 처음 5G 스마트폰을 출시한 기업이 됐다.

삼성전자가 노리는 것은 5G 스마트폰을 통한 미국 통신사들과의 관계다. 실제 버라이즌 이후 AT&T, 스프린트 등 미국 3대 통신사가 모두 삼성전자의 5G 통신장비를 사들여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연초부터 미리 수요를 파악하고 5G 통신장비 생산량을 늘려놓은 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올 하반기는 한국과 미국에서 5G 상용화 리더십을 바탕으로 글로벌 5G 사업 확대를 위한 기반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다음달에는 5G 시대의 새로운 폼팩터(하드웨어의 특징적 형태)로 기대되고 있는 '갤럭시폴드'가 출시 예정이다.

고 사장은 "글로벌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은 현재 역성장 중이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5G 스마트폰"이라며 "5G 시대에 접는 폰에 대한 수요는 반드시 있으리라고 보고 있다"고 자신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5G 스마트폰 시장이 올해 500만대에서 2년 뒤 2억대 수준까지 커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갤럭시폴드도 한국을 포함 우선 20개 국가에 출시된다.

반도체에서도 5G는 큰 사업 기회가 되고 있다. 미 투자금융업체 골드만삭스는 올 상반기 반도체 보고서에서 "5G 스마트폰이 반도체 산업의 또 다른 성장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5G 스마트폰에 탑재된 반도체 평균 가격은 233.9달러로 LTE 스마트폰 반도체(126.1달러) 대비 85% 높다.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스(AP)와 5G용 통신칩 등이 LTE 대비 고성능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서 5G 통신장비와 스마트폰, 반도체 사업을 모두 보유한 유일한 기업"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5G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하면 가장 큰 수혜를 누릴 수 있다"고 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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