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재판부, 무죄 선고한 원심 파기
"사망 예견할 수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
배우 이상희의 아들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무죄 판결을 받았던 20대가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대전고법 청주재판부 형사1부(김성수 부장판사)는 13일 이상희의 아들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폭행치사)로 불구속기소된 A씨(26)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사건이 발생한지 9년,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뒤 3년 6개월 만에 판결이 뒤바뀐 것이다.
이상희의 아들은 2010년 1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던 중 동급생 A씨와 싸우다 주먹에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이후 병원으로 옮겨진 이상희의 아들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뇌사 판정을 받았고, 이틀 뒤 사망했다.
당시 미국 수사당국은 정당방위였다는 A씨의 주장을 인정, 불기소 처분했다.
그러다 지난 2011년 6월 A씨가 국내로 들어온 사실을 확인한 이상희 부부는 2014년 1월 A씨의 거주지 관할인 청주지검에 재수사를 요청, 재판이 열리게 됐다.
앞서 1심은 "피해자가 피고인에 의한 외부 충격으로 사망했다는 것을 뒷받침할 의학적 소견이 부족하다"며 "피고인이 자신의 행동으로 피해자의 사망을 예견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앞선 1심 판결을 깨고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와 진료기록부, CT 자료, 대한의사협회 사실조회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의 폭행으로 피해자에게 지주막하 출혈이 발생, 사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사람은 얼굴 부위는 뇌와 가까워 강한 충격을 줄 경우 뇌출혈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피고인이 폭행 당시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음을 예견할 수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며 "피고인의 행위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한 점을 고려하면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피고인이 당시 어린 나이에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르게 된 점 등을 일부 참작했다"라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에 이상희 측은 "유죄는 선고됐으나 구속 처벌이 아니라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며 대법원 상고 의사를 내비쳤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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