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60% "기업만 볼모로 잡혀…정치·외교적 해법 찾아야"

입력 2019-08-13 17:32   수정 2019-08-14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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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국가서 日 제외 실효성 없어
애꿎은 우리 기업 수출길만 막혀"
"연초 경영목표 미달" 45% 응답



[ 김보형 기자 ]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촉발된 한·일 양국 정부의 정치적 싸움에 기업들이 볼모로 잡힌 꼴입니다.”

한국 주요 기업 열 곳 중 여섯 곳가량(61.2%)은 정치·외교적 협상을 통해 한·일 경제전쟁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경제신문이 13일 30대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및 중견·중소기업 대표 6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정부가 일본에 대한 감정적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25.3%)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설문에 답한 정보기술(IT)업계의 한 중견기업 대표는 “기업들은 소재·부품 연구개발(R&D) 및 국산화, 수입처 다변화 등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며 “정부도 외교적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달라”고 호소했다.

정부가 지난 12일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제외하는 등 ‘맞대응’에 나선 것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대기업 화학계열사의 한 CEO는 “일본이 한국에서 주로 수입하는 질산과 황질산 등은 범용 제품으로 다른 나라에서 수입해도 된다”며 “규제의 실효성이 없을뿐더러 애꿎은 한국 기업의 일본 수출길만 막힐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기업인들이 정부에 정치·외교적 해결을 당부한 것은 실적 부진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중 무역분쟁과 경기 침체 와중에 한·일 경제전쟁까지 겹치면서 경영 환경이 극도로 나빠졌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상반기 실적을 공시한 125개 상장사(유가증권시장 90곳, 코스닥시장 35곳)의 영업이익(합계)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보다 40%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설문에 참여한 기업 중 44.8%는 “현재 실적이 연초에 세운 경영 목표에 미달했다”고 답했다. 목표치에 20% 이상 모자란다는 기업도 16.4%에 달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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