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사태' 불렀던 美 모기지론…금융위기 때보다 더 늘었다

입력 2019-08-14 14:02   수정 2019-08-15 01:40

금리 하락·집값 상승 맞물려
2분기 9조4060억弗 '사상 최대'



[ 김현석 기자 ] 미국 모기지론(주택담보대출) 규모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 사상 최대로 증가했다. 금리 하락과 집값 상승이 맞물리면서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다만 11년 전과 달리 까다로운 조건으로 대출이 이뤄졌고, 금리도 낮아진 덕분에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위기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뉴욕연방은행 통계를 인용해 미국의 지난 2분기 말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전분기 말보다 1620억달러(약 196조3440억원) 증가한 9조4060억달러(약 1경1392조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기존 기록인 2008년 3분기의 9조2940억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당시 은행들의 ‘묻지마 대출’로 급증했던 서브프라임(비우량) 모기지론 채권이 줄줄이 부도가 난 게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작이다. 비우량 모기지를 기초로 발행된 부채담보부증권(CDO)이 연쇄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고, CDO와 연결된 신용부도스와프(CDS)를 보유한 리먼브러더스, 베어스턴스 등 금융회사들이 무너지면서 위기가 세계로 확산됐다.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2008년 당시 정점을 찍은 뒤 2013년 2분기까지 약 15% 감소했다. 이후엔 느린 속도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올 들어 미국 경기가 둔화된 가운데 모기지가 계속 증가한 건 금리 하락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 둔화 우려로 시중금리가 내려가면서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덩달아 하락하는 바람에 신규 대출뿐 아니라 기존 차입자들의 리파이낸싱(재융자) 수요도 늘어났다. 실제 지난해 11월 연 5%에 달했던 30년 모기지 금리는 최근 연 3.6%까지 하락했다. 50만달러짜리 집을 연 5% 금리로 30년간 대출받을 경우 한 달에 2684달러를 내야 하지만, 금리가 연 4%가 되면 월 2387달러로 줄어든다.

2016년 9월 이후 계속해서 치솟고 있는 주택값도 주택담보대출 증가의 요인이다. 오른 집값을 기초로 재융자받을 경우 기존보다 더 많은 대출을 받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재융자 수요는 지난 2분기 신규 주택담보대출 규모의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와 함께 미국의 가계부채 규모도 2013년 중순 이후 계속 늘고 있다. 올해 2분기 가계부채는 전분기보다 1.4% 늘어난 13조8600억달러로 20분기 연속 늘었다.

WSJ는 모기지 총액 자체는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섰지만, 은행의 대출 기준이 훨씬 엄격해진 덕분에 금융위기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국책 모기지 회사인 페니메와 프레디맥이 보유한 모기지 채권의 180일 이상 연체 비율은 지난 1분기 말 현재 2.19%로, 1년 전의 1.89%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의 13.8%에 비해선 훨씬 낮은 수준이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간체이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가계부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의 상황은 여전히 양호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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