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감축' 대학 자율이라지만…'재정 볼모'로 압박하는 정부

입력 2019-08-14 17:42   수정 2019-08-15 00:30

2021년 기본역량 진단시안 발표
대학들 허울뿐인 자율에 '싸늘'



[ 박종관 기자 ] 정부가 주도해온 대학의 정원 감축이 앞으로는 대학 자율에 맡겨진다. 정부는 대학들이 자율적인 ‘다이어트’를 통해 몸집을 줄이도록 유도하면서 체질 개선을 위한 재정을 지원하고 부실·비리 대학을 가려내는 역할만 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기본계획 시안’을 14일 발표했다. 교육부는 2015년부터 3년 간격으로 대학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정원 감축에 활용해왔다. 평가 등급에 따라 정원 감축을 차등 권고했고, 재정 지원과 연계해 추가 감축을 유도했다. 이는 지난 5년간 대학 정원 5만여 명을 줄이는 결과를 냈지만, 획일적 평가로 대학 자율성이 침해됐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이날 발표한 기본역량 진단 기본계획 시안의 핵심은 대학 자율성 강화다. 우선 기본역량 진단 참여 여부를 대학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참여 대학은 2021년 진단에 앞서 자체적으로 적정 정원을 책정하고, 이에 맞게 입학생을 줄일 계획을 세워야 한다. 교육부는 진단에서 양호한 점수를 받은 대학을 일반재정지원대학으로 선정할 계획이다.

대학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수도권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11년째 등록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정부 재정 지원과 연계돼 있는 기본역량 진단을 거부할 수 있는 학교는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평가 지표 중 신입생과 재학생 충원율이 차지하는 비중이 기존 13.3%에서 20%로 늘어나면서 입학정원 감축에 대한 대학의 부담이 오히려 더 커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학이 입학정원을 감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등록금 수입이 전체 수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입학정원 감축은 수입 감소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지방의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재정 지원을 받으려면 입학정원을 줄여야 하는데 입학정원을 줄인 만큼 재정이 악화되다 보니 대학으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교육부는 이날 발표한 시안에 대한 대학의 의견을 수렴한 뒤 다음달 기본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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