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 시장가격, 2년새 반토막
[ 구은서 기자 ]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거래소, 한국서부발전 등 정부 및 공공기관 관계자들은 태양광 관련 협회와 최근 한국에너지공단 서울지사에서 긴급 모임을 했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이 2년 만에 반토막 났기 때문이다. REC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해 2012년 도입한 일종의 보조금 제도다. 소규모 발전사업자들은 “정부를 믿고 태양광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태양광 전력의 시장가격이 급락해 무더기 도산 위기에 처했다”며 청와대 앞 항의집회를 예고해왔다.
보조금에 의존하는 ‘태양광 생태계’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15일 태양광의 REC 평균 가격은 5만9016원을 기록했다. 2017년 8월 평균 12만6976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REC 평균 가격은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10만원을 웃돌았다.
REC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업계의 ‘주가’이자 ‘화폐’다. 재생에너지 사업자는 발전량에 비례해 정부에서 REC를 발급받은 뒤 주식거래처럼 현물시장에서 REC를 판매해 수익을 얻는다. 이 REC 사업자만 전국적으로 3만8000여 곳이다.
이 중 50만㎾ 이상의 대규모 발전사업자는 신재생에너지법에 따라 ‘공급의무자’로 지정된다. 총발전량의 6%(매년 1%포인트씩 늘려 2023년 10%로 확대)를 태양광 등 에너지로 발전해야 하는데, 자체 생산한 재생에너지 전력이 부족하면 소규모 사업자로부터 구매해 의무량을 채워야 한다. 의무량을 채우지 못하면 과징금을 물게 된다. 국내 공급의무자(대형 발전사)는 서부발전 동서발전 등 21개사다. 한 소규모 발전업체 관계자는 “지금 거래되는 태양광 가격으로는 투자금도 제대로 건지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REC 가격이 급락한 것은 태양광 전력 수요에 비해 갑자기 공급이 늘어나서다.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REC는 경제성이 떨어지는 재생에너지를 더 많이 보급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라며 “태양광 보급 확대에 거는 기대가 크다 보니 영세업자들이 너도나도 시장에 뛰어들었는데 스스로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가격이 떨어진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퉈 재생에너지 발전에 뛰어드는 것도 ‘태양광 시장가격’을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소규모 발전사들 “정부 믿었는데…”
민간 발전사업자들은 “정부가 원전을 줄이고 태양광을 무리하게 늘리려다 빚어진 예견된 부작용”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홍기웅 전국태양광발전협회장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지지하고 태양광 보급을 확대하는 데 앞장섰던 사업자들이 빚더미에 올랐다”며 “정부가 영세업자를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의 희생양으로 이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업은행도 최근 ‘국내 태양광·풍력 발전산업’ 보고서에서 “2~3년 전 높았던 REC 가격을 믿고 대출받아 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했던 발전사업자들이 수익성 악화를 넘어 대출 이자 등에 따른 손실을 보게 됐다”고 우려했다.
태양광발전협회 등은 영국 미국 등처럼 정부가 ‘REC 하한가격’을 정해놔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또 공급의무자에 재생에너지 의무량의 20%를 3년간 유예해주는데 이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난색이다. 태양광의 시장가격(REC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면 대형 발전사에서 전력을 구매하는 한국전력에 불똥이 튈 수 있어서다. 공급의무자가 구매하는 REC 가격의 일부는 한전이 보전해주고 있다.
■REC
Renewable Energy Certificate.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정책 보조금. 신재생 발전사업자는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전기 생산량에 비례한 REC를 발급받아 대형 발전사에 판매할 수 있다. 대형 발전사는 신재생에너지를 직접 생산하는 대신 REC를 외부에서 구입해 법정 의무 공급량을 채울 수 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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