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한·일 갈등에 미국 개입 가능성은 없다"

입력 2019-08-16 07:25   수정 2019-08-16 07:41


"한·일 무역갈등에 미국이 개입할 가능성은 없다."

한·일 갈등이 심각한 가운데 미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모임인 미한국상공회의소(KOCHAM)와 한국무역협회 뉴욕지부가 지난 14일 '한·일 무역전쟁의 과제'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컨설팅사 유라시아그룹의 스콧 시맨 아시아 디렉터가 강연을 했습니다. 중국 일본 한국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그는 한·일 관계에 매우 해박했습니다. 또 워싱턴 DC의 국무부 내부 정서에 대해서도 잘 아는 듯 했습니다. 그의 발언을 정리해서 전합니다.

▶일본이 처음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에 수출 규제를 발표했을 때 고객들의 초기 반응은 극단적이었다. 삼성이 어떻게되는가를 물어오는 고객사가 많았다. 시장이 초반에 너무 걱정을 했던 것 같다. 사람들이 좀 연구하고 나더니 침착해졌다. 많은 한국 회사들이 벌써 새로운 구매처, 신규 파트너십 개발 등을 통해 성공적으로 이를 넘어서고 있다. 시장이 초기에 걱정했으나 우려는 가라앉고 있다.

▶이 제재에 대한 오해가 있다. 불화수소라고 해도 모든 걸 제한되는 게 아니다. 매우 높은 순도의 제품만 규제하는 것이다. 처음에 생각하던 것보다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다.

▶그 다음에 일본이 발표한 게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것이다. 일부 제품이 북한 등으로 흘러갈 것이란 우려 탓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품은 그런 걱정이 없는 전혀 제품들이다. 한국 회사들이 이를 철저히 관리해왔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한 디스럽션(disruption)이 별로 없고, 어떻게보면 한국에 더 좋다고 본다.
먼저 그동안 한국 기업들이 지나치게 일본에 의존해왔다. 이번에 새로운 조달처를 찾아서 구매를 다양화하는 게 비즈니스에는 더 좋다. 많은 한국 기업에게 구매처를 다각화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한국 경제 전체를 봤을 때 중소기업들이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동안 대기업이 (바꾸겠다는) 에너지가 없어서 관례처럼 일본회사와 거래해온 제품들도 있는데, 한국 정부가 지원하고 중소기업이 개발하면 장기적으로 긍정적일 수 있다.

▶미국의 입장은 '한·일 갈등은 궁극적으로 양국이 해결해야할 문제'라는 것이다. 미국은 양국에 대해 말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국무부 관료들과 얘기해보면 매우 걱정하고 있다. 중요한 동맹 두 나라가 싸우는 것이다. 대화를 부추기려 한다. 하지만 국무부가 백악관과 이런 것을 조율하는 거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둘 사이에 뛰어드는 걸 싫어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 협상하는 것을 좋아하지, 다른 누구의 협상을 조율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도 충분히 양국간의 긴장과 센시티비티를 알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만약 그가 그런 민감한 역사적 콘텍스트 없이 증재에 나섰다가 양국이 모였을 때 한 쪽을 크게 화나게 할 수 있다. 국무부의 관료들은 많은 정보가 있지만 트럼프가 과연 솔루션이 있을 지 모르겠다.

▶내 생각에는 트럼프는 이 문제에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그가 직접 밝히기도 했다. "나는 동맹들을 돕겠다. 하지만 그건 매우 성가신 일이다."

국무부도 이런 트럼프에게 양국 관계를 중재하라고 푸시하지 않는다. 요즘 트럼프는 생각의 100%를 2020년 대선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미국 유권자는 외교 이슈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 매일 매일의 경제적 이슈에만 관심이 있다. 그래서 트럼프에게도 한·일 갈등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트럼프는 애플 구글 등 기술 회사들과 사이가 나쁘다. 그들이 정치적으로 자신에게 매우 비판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 회사들이 한국과 관련이 있다. 트럼프로서는 이들의 이익을 보호할 이유가 없다. 트럼프의 무역에 대한 생각은 중국, 그리고 그 다음이 일본이다. 한국에 대해서는 방위비 증액이 핵심이다. 트럼프는 양국간 관계가 아니라 미국 입장에서, 일방적 시각에서 국제 관계를 본다.


▶미국 대통령 선거라는 측면에서 미국 내부를 분석해보자. 한국인들이 밀집된 주, 지역은 전부 민주당 지역이다. 트럼프가 재미 한국인들의 여론을 신경쓸 이유도 별로 없다.

▶아베 총리가 일본내에서 아주 인기가 높은 건 아니다. 야당이 워낙 엉망이어서 정치적 상황이 아베를 지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강하게 지지하지는 않는다. 야당이 너무 약해서 아베가 지지를 받는 것이다. 다만 이번 정책에 대해 아베를 지지하는 여론이 많다. 아베의 기존 지지층에서는 81%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에 찬성한다.

▶아베는 3연임을 했다. 그는 2021년에 그만둬야한다. 지금 일본내 관심은 '아베 이후는 누구일까'로 쏠리고 있다. 이런 상황이지만 아베는 자신한테 정치적 관심이 집중되기를 바란다. 한국과의 대결은 자신에게 정치적 관심이 모이게 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아베 입장에선 일본인들의 일본 경제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리는 것도 자신에게 유리하다. 실제 지지율도 한국에 대한 제재로 인해 올라갔다.

▶문재인 대통령을 보자. 문재인의 지지율도 꾸준히 하락해왔다. 북한 문제도 심각하다. 일본에 대해 강하게 나오는 게 지지도를 회복하는 데 유리하다.

▶일본의 여론조사를 보면 한국에 대한 호감/비호감 차이가 역대적으로 가장 벌어져있다. 하지만 나이별로 보면 젊은 층은 60대 이상보다 두 배나 호감이 높다. 이건 양국 모두 젊은 층들이 더 자라나면 양국 관계가 나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지정학적 함의를 보면 양국이 더 싸울 수록, 중국과 러시아의 지역내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한미일 삼국 동맹이 약화되면 중국과 러시아가 한·일 관계를 활용할 기회가 커진다.
게다가 트럼프 취임 이후 미국의 역내 영향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한·일이 군사적으로 협력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몇몇 분야에서 양국 협력이 의미가 있는 분야가 있다. 대잠수함 추적 등에서 정보 교환 등이 그 예다. 그래서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는 데 대해 미국은 매우 걱정하고 있다.

▶한·일은 북한 문제에서도 시각이 다르다. 하지만 이 문제에서 트럼프는 북한의 ICBM을 막는 데만 신경쓰고 있다. 하지만 한·일은 중단거리 미사일도 큰 문제다. 양국은 그 위협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하는 데 협력할 수 있다. 한·일은 또 모두 중국에 대해 우려할 이유가 있다. 양국이 협력하면 중국에 대해 대항력을 키울 수 있다.

▶한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하지 않았다. 미국이 탈퇴해서 다행이다. 한국이 빠진 건 좀 이상하다. TPP는 원래 한미 FTA 조문을 기반으로 해서 만들어졌다. 한국이 최종적으로 참여한다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한국과 일본이 함께 들어있는 FTA 협상은 모두 지금 어려운 상황이다.

▶오는 10월22일에 나루히토 일왕이 즉위식를 갖는다. 이 자리에서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 언급한다면 양국 관계 개선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새로운 일왕 즉위를 활용해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게 양국에 좋을 것이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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