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으로 소비·브랜드에 눈뜨는 10代들

입력 2019-08-16 17:23   수정 2019-08-17 00:53

김희경의 컬처 insight

"우아한 프라다 깔끔한 마르지엘라"
힙합 가사에 명품 줄줄이 쏟아져
국내 소비시장에 막강한 파급력



[ 김희경 기자 ]
“구찌 루이 휠라 슈프림 섞은 바보.” “우아한 프라다 우아한 샤넬 깔끔한 마르지엘라 같은 너에 반해 잘하려 했지.”

가사 한 줄에 다수의 명품 브랜드가 쏟아져 나온다. 래퍼 기리보이의 ‘flex’, 래퍼 창모의 ‘아름다워’란 노래의 가사들이다. 이들 힙합곡은 10~20대, 특히 10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일부 어른들은 노래에 화려한 명품 브랜드가 나오는 것만으로 얼굴을 찌푸리기도 한다. 하지만 자유분방한 힙합의 세계에서 가사 자체에 굳이 엄격한 잣대를 고집하기보다 그 영향력을 곱씹어 보는 게 더 의미 있지 않을까.

힙합이란 콘텐츠가 국내 소비 시장에 막강한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어른들은 잘 모른다. 물론 10대들이 어른도 쉽게 사지 못하는 고가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는 일은 드물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10대들이 힙합을 통해 소비의 세계에 눈 뜨고 있다는 점이다. 음악에 나오는 브랜드, 래퍼들이 평소 즐겨 입고 사용하는 브랜드를 배우고 익힌다. 래퍼들의 굿즈도 나오는 줄줄이 완판 행진을 이어간다. 기업들은 새로운 고객, 나아가 미래의 주요 고객이 될 10대들을 사로잡기 위해 래퍼들과 함께하려 애쓰고 있다. 웬만한 스포츠 매장의 음악들이 낯선 중얼거림으로 넘쳐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힙합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2012년 시작된 엠넷의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가 그 시작이었다. 일부 마니아만 즐기던 힙합을 대중화하는 데 포문을 열었다. 올해 시즌8까지 왔다. SBS는 지난 9일부터 국내 최초 힙합 드라마 ‘힙합왕-나스나길’을 방영하고 있다.

이런 인기는 래퍼들이 소속된 힙합 레이블 AOMG 등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일반 기업들은 래퍼들과의 협업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쉐보레는 지난해부터 쇼미더머니에 차량을 지원하고 래퍼 더 콰이엇, 비와이와 잇달아 광고 영상을 만들었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금융권 최초로 래퍼 나플라, 루피 등과 손잡고 음원과 영상을 제작했다. 지난 9~10일 열린 패션 전문 온라인몰 무신사의 행사에 참가한 아디다스는 브랜드 홍보를 위해 래퍼 DPR 공연을 내세웠다. 행사장엔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힙합과 소비는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강력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그 이유를 알려면 힙합의 속성부터 생각해 봐야 한다. 힙합은 멜로디보다 리듬에 맞춰 이야기를 풀어낸다. 발라드처럼 아름답게 포장된 가사가 아니라 래퍼 자신이 겪은 일과 일상의 감정을 누군가에게 말하듯 노래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난하고 우울했던 과거, 그 과거를 딛고 당당하게 대중 앞에 서게 된 경험담이 자주 등장한다. 10대들이 힙합에 열광하는 이유도 자신의 처지를 투영하는 동시에 희망의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힙합 애호가인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미국의 가난한 흑인들은 힙합으로 자신의 고통과 의사를 표현했다. 이 때문에 힙합은 세계적으로 사랑받으며 발전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소비와 쉽게 연결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경험담을 이야기할 때 주로 사용되는 장치가 있다. 앞서 언급한 노래 제목과 같은 ‘플렉스(flex)’다. ‘근육에 힘을 주다’라는 의미의 단어로 요즘 힙합계에선 ‘뽐내다, 과시하다’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래퍼들이 으스대듯 자랑하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소비는 그 ‘성공’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행위로 여겨지고 있다.

힙합 음악에는 대부분 이 같은 플렉스가 깔려 있다. 힙합과 래퍼들의 세계가 더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건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갈수록 그 힘이 커져 국내 소비 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거대한 폭발성을 보여줄 가능성도 높다. 기업들이 10대들이 자주 이용하는 유튜브에 갈수록 더 큰 관심을 둘 수밖에 없듯, 그들이 열광하는 힙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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