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스페셜리스트
국내 첫 디지털테크팀 만든 세종
[ 안대규 기자 ]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로펌들의 법률자문 영역까지 확대하고 있다. 기업이 빅데이터를 분석할 때 AI를 활용하고, 결제 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면서 통신과 금융, 개인정보보호 등 다양한 ‘법률 장벽’에 부딪치고 있어서다.
법무법인 세종은 이런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지난 6월 디지털기술·데이터법전문팀(디지털테크팀)을 발족시켰다. 디지털테크팀은 정보기술(IT)팀, 개인정보보호팀, 지식재산권(IP)팀, 4차산업 기술대응팀 등을 아우르는 조직이다. 7명의 파트너변호사를 포함해 모두 23명의 변호사가 배치돼 있다. 클리퍼드찬스 화이트앤드케이스 등 세계적인 로펌들이 비슷한 팀을 출범시켰지만 국내 로펌업계에선 세종이 처음이다. 쿠팡과 롯데이커머스 등의 자문을 맡아온 조정희 변호사(사법연수원 31기)가 팀을 이끌고 있다.
세종 디지털테크팀은 금융회사의 통신업계 첫 진출 사례가 된 국민은행의 알뜰폰사업에서 성과를 냈다. 국민은행은 유심칩만 넣으면 앱(응용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공인인증서를 깔지 않고도 은행과 통신 서비스를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다음달 선보인다. 현행 은행법으로는 알뜰폰사업이 불법이다. 은행 고유의 업무와 관련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4월 금융위원회가 금융업계에 자율성을 허용하는 ‘규제 샌드박스’를 허용하면서 기회가 찾아왔다. 세종 디지털테크팀은 국민은행의 알뜰폰 출시 전반에서 법률리스크를 해소해주고 있다.
‘한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왓챠플레이의 ‘리버스 가상화폐공개(ICO)’도 세종이 자문을 맡았다. 일반적으로 ICO는 신규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투자자에게 가상화폐를 주면서 자금을 끌어모은다. 이에 비해 리버스 ICO는 기존에 있는 서비스를 블록체인 방식으로 변경하는 등의 목적에서 필요한 돈을 융통할 때 쓰인다. 왓챠플레이는 전체 시청자의 취향과 감상평 데이터를 분석해 개개인이 좋아할 만한 동영상 콘텐츠를 맞춤형으로 제안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빅데이터 분석에 도움을 준 참여 고객에게 가상화폐로 보상하는 시스템을 처음 선보였는데 여기에 세종이 자문을 담당했다. 자본시장법, 외국환거래법, 개인정보보호법 및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등 다양한 법령을 꿰뚫고 있어야 가능한 자문이란 게 세종의 자평이다.
세종 디지털테크팀에는 조 팀장 외에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장, 한국인공지능법학회 홍보이사 등을 맡고 있는 임상혁 변호사(연수원 32기), 방송통신위원회에서 10여 년간 근무하면서 정책팀장까지 지낸 정보통신법 전문가 강신욱 변호사(연수원 33기) 등이 일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전문가 강현정 변호사(연수원 35기), 핀테크 전문가 엄상연 변호사(연수원 38기), 세종 판교사무실을 이끄는 스타트업 전문가 조중일 변호사(연수원 36기), 데이터 독점이슈 전문가 한예선 변호사(연수원 40기) 등도 주축이다. 조 팀장은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업종과 e커머스(전자상거래) 및 유통업, 블록체인 관련 기업 등의 자문을 맡고 있다”며 “정보와 서비스 등 모든 영역에서 유통 체계가 변하고 있기 때문에 데이터의 소유권과 귀속, 독점 등을 둘러싸고 법률자문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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