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건강이야기] 가슴이 두근거린다면

입력 2019-08-18 17:35  

강재헌 < 성균관대 의대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47세 남성이 며칠 전부터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겨울 회사의 한 임원이 근무 중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사망한 일이 있어 자신에게도 같은 질병이 생기려는 전조 증상이 아닌가 걱정돼 급히 병원을 찾았다.

사실 ‘가슴 두근거림’은 대부분 심각한 문제가 아니고,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흔치 않다. 하지만 생명과 직결된 장기인 심장의 기능 이상과 관련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당황스럽고 두려운 증상이기도 하다.

가슴 두근거림의 가장 흔한 원인은 아마도 스트레스나 심리적인 요인일 것이다. 스트레스로 예민해지면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던 심박동을 느끼게 된다. 또한 스트레스로 교감신경이 자극되면 심박동이 빨라지기 때문에 가슴 두근거림을 더 잘 느끼기 마련이다. 여성은 월경을 할 때나 폐경기 때 체내 호르몬 변화 때문에 가슴 두근거림을 느낄 수 있다. 월경이 원인인 경우에는 월경 주기에 따라 증상이 나타나므로 쉽게 알 수 있다. 폐경기가 원인인 경우에는 얼굴 화끈거림이나 우울감과 같은 동반 증상이 나타나는 사례가 흔하다.

커피, 녹차, 초콜릿 등 카페인 함유 식품을 많이 섭취하거나 흡연 또는 음주를 할 경우 카페인, 니코틴 또는 알코올이 심박동을 빠르게 할 수 있다. 식사를 걸러 혈당이 과도하게 떨어지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돼 가슴 두근거림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특히 당뇨병이 있어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 더 흔히 나타난다. 기침약, 일부 혈압약, 갑상샘약, 식욕억제제, 천식약 등의 약물 복용이 가슴 두근거림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런 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의사와 상의해 연관성을 확인해봐야 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가슴 두근거림이 질병의 한 증상인 경우다. 갑상샘기능항진증이 발생하면 몸의 대사율을 결정하는 갑상샘 호르몬이 과잉 분비돼 가슴 두근거림을 초래할 수 있다. 이 경우 체중이 빠지거나 예민해지는 증상이 동반되는 사례가 흔하다. 또한 심장의 박동 리듬이 불규칙해지는 부정맥이 있는 경우에도 가슴 두근거림이 나타날 수 있다.

가슴 두근거림이 어쩌다 한 번 몇 초간 나타나다 사라진다면 반드시 진료를 받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흉통이나 가슴이 조이는 증상이 동반되거나 숨이 차거나 현기증이 같이 나타난다면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 진료실에서는 진찰과 함께 혈액검사, 심전도검사, 심초음파검사 등을 통해 원인질환 여부를 확인해 적절한 치료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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